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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i Apr 11. 2021

[조지아] 조지아에서 찾은 워라밸 - Work(일하기)

일 때문에 힘들어도 다시 사람 때문에 웃었다.

출근길. 하늘이 파랗다.


점심시간, 트빌리시의 풍경.



조지아도 역시 사람 사는 곳. 어느새 그들과 함께 일상에 동화되어 ‘니니(Nini)’라는 평범한 이름으로 울고 웃고 슬퍼하고 기뻐하며 삶을 살아가게 됐다. 겉으로는 평범한 조지아 사람들처럼, 마음은 여행자의 들뜬 설렘으로, 두 눈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삶의 도화지를 조지아로 물들였다.



늘 여행과 같은 발걸음


조지아에서의 하루하루는 마치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분주한 출근 시간도, 정신없이 일하는 시간도, 특별하지만 일상인 점심 식사도, 퇴근 후 한숨 돌리는 시간도 모두 여행처럼 느껴졌다. 아침에는 항상 출근 시간보다 일찍 집 밖을 나서기 위해 노력했다. 이른 아침, 길거리 벤치에 앉아 트빌리시의 낯선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은 마치 다른 행성에 여행 온 것 같은 오묘한 기분을 선사해 주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또 어떤 어떤 풍경을 만날까?’ 생각하다 보면 눈이 저절로 떠졌다. 조지아 사람들과 몸을 부대끼며 지하철에 몸을 실을 때면, 내가 그저 조지아에 사는 평범한 사람 중 한 명으로 느껴졌는데, 조지아어로 된 지하철 광고를 단번에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나서는 ‘아, 나는 이방인이지’하고 깨닫곤 했다. 


역사를 빠져나오면 커피를 사 가는 사람들로, 책가방을 멘 학생들로, 팝콘을 튀기고 책을 펼치는 상인들로 분주한 길거리를 마주한다. 매일같이 걷는 길이지만 매일매일이 새로웠다. 길거리 사람들과, 직원들과 한바탕 인사를 주고받은 뒤 사무실 화초에 물을 주고 나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한국의 직장이 그렇듯, 이곳에서도 오전 업무를 보다 보면 금세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10리라(약 4,500원)로 먹을 수 있는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은 한국의 직장인들이 점심 메뉴로 머리를 싸매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였다. 주로 먹는 점심 메뉴는 하짜뿌리와 힌깔리같은 조지아 음식, 아니면 피자, 샌드위치. 가끔 태국 음식을 먹었다. 비슷한 메뉴가 반복되어도 그저 신기했다. 한식은 아주 가끔 먹으러 갔다. 여전히 고수가 싫은 건 빼고, 엄청 매운 떡볶이가 먹고 싶은 거 빼고는 이곳의 음식만 먹고도 충분히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회사를 빠져나오면 다시 새롭게 느껴지는 풍경이 나를 맞이했다. 그렇게 매일매일이 여행과도 같은 발걸음이었다. 이 시간이, 조지아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언젠가는 끝날 것을 알기에 1분 1초가 너무나 소중했다. 아니, 조지아와의 인연은 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깊은 경험을 하고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어디에서나 당연한 건 없어


인턴이었지만 이곳에서는 내가 직접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어렵고 복잡했다. 명함을 하나 제작하려면 프린트샵까지 열심히 열심히 걸어가 직원에게 어떤 식으로 제작을 해야 할지 세세히 설명해야 했고, 거래처에서 메일을 보내준다고 약속했지만 메일을 받지 못해 애가 타고 속이 타기를 반복했다. 조지아 직원과 함께 거래처에 방문해 상황을 잘 설명하고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는 일이 큰 업무를 차지했다. 걱정되고 답답할 때면 퇴근 후 집 근처 공원에 앉아 바람을 쐬었다. 일 때문에 힘들어도 다시 사람 때문에 웃었다. 근처에 사는 조지아 직원과 함께 공원을 걷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미래의 꿈들을 함께 이야기하곤 했다. 


조지아의 아름다운 도시를 다시 또 함께 가는 것, 그리고 한국 여행도 함께 하는 것. 정말로 행복하게 사는 것. 먼 훗날 일상에 치여 바쁘게 살더라도 서로 함께 나눈 꿈은 잊지 않기로 약속했다. 


한국에서는 당연했던 것들이 이곳에서는 당연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당연한 건 없었나 보다. 일이 바쁜데 정전이 되면 전기가 다시 들어올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카페로 자리를 옮겨 업무를 다시 보았다. 일에 대해서 정답이란 건 없었다. 몰라도 일단 해봐야 하는 일이 99%였다.


조지아에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국을 좋아하는 조지아인이 정말 많다. K-Pop 팬덤이 어마어마하다. 나도 모르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자막 없이도 재밌게 본다. 나에게는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그 소중함과 파급력을 몰랐다. 반대로 나는 조지아의 모든 것들이 신기하다. 우수한 조지아 상품에 좋은 기획과 마케팅이 더해진다면 조지아가 주목받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퇴근 후에는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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