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사람들과 함께 일상 속에 섞여 있다는 그 느낌.
조지아에서 가장 그리운 공간을 떠올리자면, 바로 집 앞의 공원 그리고 마트이다. 집 앞 마트에는 특유의 방향제 냄새가 났는데 그 냄새가 너무 푸근하고 좋았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 일은 최고의 여행과도 다름없었다. 온갖 신기한 물건이 가득한 데다가, 조지아 사람들과 함께 일상 속에 섞여 있다는 느낌이 그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조지아 마트에서 느낀 몇 가지 신기한 점이 있다면, 먼저 두둑하게 쌓여있는 과자를 원하는 만큼 봉지에 담아 직접 무게를 재고 가격표를 붙여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자를 볼 때마다 어린 시절 유치원에서 과자집을 만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젤리와 사탕도 원하는 만큼 담아서 계산하면 된다. 진열된 계란은 단 한 개만 집어서 구매할 수도 있다. 와인은 생수만큼 흔했고 신선한 꿀, 다양한 견과류, 생과일이 들어간 주스는 매번 눈길을 사로잡았다. 얼굴 크기만 한 치즈와 조지아 국민 요구르트 마쪼니(მაწონი, Matsoni)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반면 조지아의 경제 수준에 비해 공산품의 물가가 매우 비싸게 느껴졌다. 특히 마트에서 파는 샴푸, 화장품, 포장지 같은 공산품이 비쌌는데 대부분 터키나 러시아, 독일 등에서 수입해온 제품이었다. 조지아에 처음 도착한 날 탁상 거울을 사려고 마트에 갔는데 모든 물건이 저렴하리라 예상한 것과는 달리 비싼 물건이 꽤 많았다. 양말, 옷, 신발 등은 시장과 일반 쇼핑몰의 가격 차이가 크다. 마트에서는 주로 야채와 과일, 쌀, 우유 등을 구매했고, 초콜릿과 머랭 쿠키, 케이크도 자주 사 먹었다.
시장에서는 마트나 쇼핑몰보다 다양한 물건을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사드구리스 모에다니(Sadguris Moedani, Station Square) 지하철역에서 나오면 ‘데제르띠레비스 바자리(დეზერტირების ბაზარი, Dezerter Bazaar)’라고 불리는 큰 재래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지금까지도 잘 입고 있는 후드집업이 있는데, 시장 길거리에서 5라리(약 2,250원)에 구매했다. 자유광장 근처 갤러리아 몰에 입점한 브랜드 샵에서는 티셔츠 한 장에 50라리(약 22,500원)까지 줘야 하니 시장만 한 곳이 없다. 신선한 과일, 치즈, 고기, 해산물 등이 즐비한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조지아 패션 의류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K-Pop 댄스 의상으로 입을 옷을 사러 간다는 친구들을 따라가, 산처럼 쌓인 옷더미 속에서 유니크한 옷들을 몇 가지 건지기도 했다. 핸드폰 가게에서는 핸드폰이 이제 막 보급되던 시절 나왔던 아주 오래된 모델의 제품도 팔고 있었다. 이곳에서 산 운동화는 가을, 겨우내 편하게 신었고, 인심 좋아 보이는 할머니께서 파시던 달달하고 구수한 찐 옥수수가 맛있어서 일부러 찾아가기도 했다.
그 밖에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뜸한 지역인 삼고리(Samgori), 바르께틸리(Varketili) 지하철역 근처에도 재래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삼고리 지하철역 바로 옆에 있는 ‘나브틀루히스 바자리(ნავთლუღის ბაზარი, Navtlughi Bazaar)’에서는 직접 만든 치즈, 추르츠켈라, 절임음식 등 다양한 수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시식해보라며 건네주는 짭조름한 치즈를 맛보며 돌아다니는 것도 즐겁다.
트빌리시의 중앙인 자유광장에서 차로 약 40분을 달리면 ‘릴로 모리(ლილო მოლი, Lilo Mall)’이라고 불리는 대형 도매 및 소매시장에 닿을 수 있다. 이곳에는 약 6,000여 개의 매장이 입점해있는데, 터키, 아제르바이잔,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수입해 온 의류, 가구, 카펫, 수리 용품, 장난감 등의 물건이 가득하다. 시장이 워낙 커서 영업시간 내 돌아다녀도 다 둘러보지 못할 정도이다. 아주 멋진 깐찌를 사고 싶다면 이곳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