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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i Sep 22. 2021

[조지아] 나를 위로해주었던 건 그래도 사람.

길을 가다가 처음 만난 사람에게 대뜸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잘리안 미끄바르하르!
ძალიან მიყვარხარ! / dzalian miqvarkhar! / 정말 사랑해요!


따사로운 주말 오후, 동료 Y와 함께 올드 트빌리시 온천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 길이었다. 이것저것 신기한 것이 많아 구경하며 가던 도중 동네 할머니께서 우리를 보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건네셨다. 


그러더니 너무 반갑다고, 정말 사랑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우리도 정말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이렇게 길을 가다가 처음 만난 사람에게 대뜸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짧은 인사였지만 할머니의 따뜻한 인사에 더없는 행복을 느꼈다.  


낯선 환경 속에서도 나를 위로해 주고 기쁘게 해 주었던 건 역시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를 빼고는 동네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지낸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데, 이곳 조지아에서는 걸어 다니는 길마다 인사를 하느라 바빴다. 


출근길 필수 인사 코스가 있었는데, 먼저 집을 빠져나와 코너를 돌면 과일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분이 항상 밝은 목소리로 ‘딜라 므스비도비사’라고 말하며 아침 인사를 건네주셨다. 지하철을 타고 자유광장 역에 내려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택시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 택시 기사님께서 늘 너무나 반갑게 인사해 주셨다. 항상 조지아 말로 많은 것을 여쭤보셔서 못 알아들을 때가 많았지만 손짓발짓으로 어찌어찌 즐겁게 대화를 이어 나갔다. 몇 걸음 더 가서는 회사 아래 위치한 조지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 이라클리와 베카에게 인사했다. 이라클리는 흥이 많고 유쾌한 수다쟁이 청년인데, K-Pop, 그중에서도 씨앤블루의 <외톨이야> 노래를 좋아한다며 가사는 모르지만 매일같이 듣고 있다고 했다. 점심을 먹으러 나갈 때도, 퇴근 후에도 이라클리와 베카는 신나는 목소리로 인사해주었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직원들과 포옹하며 ‘로고르 하르’로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렇게 대장정의 인사가 끝나야 비로소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서로를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 작은 인사는 위로가 되고 행복이 되었다. 마치 여행의 첫째 날처럼 들뜬 마음으로 걷던 조지아의 길. 그 길이 즐거울 수 있었던 건 순수한 마음으로 인사를 건네준 조지아 사람들 덕분이다.


흥 많은 친구 이라클리. 사진을 올려도 좋다는 답변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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