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비에게

가만히 있어 봐

단비에게 하는 말. 사실 나에게 하는 말. 004.

by 조해숲

아빠가 어렸을 때. 무더운 여름날.

땀이 뻘뻘. 숨은 헉헉.


너무 더워서 너의 할머니에게 주르륵 달려가면.

할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어.


“가만히 있어 봐. 그러면 시원해져.”


그러면 아빠는 말도 안 된다고 거짓말하지 말라고. 투덜거렸지.

그런데 이제는 그 말을 알 거 같아.

정말로 가만히 있으면 시원해지는 것도 알아.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작은 실바람도 느껴지거든. 평소에는 지나칠 작은 바람. 그런데 그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얼마나 고마운지 이제는 잘 알아.


평상시에는 모르고 있었던 소중한 작은 것들.

가만히 눈 감고 있으면 보이는 것들.


단비야. 종종 가만히 눈 감고 있어 보자.


202107_세종_주말농장.jpg 2021.07.@ 세종,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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