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에게 하는 말. 사실 나에게 하는 말. 004.
아빠가 어렸을 때. 무더운 여름날.
땀이 뻘뻘. 숨은 헉헉.
너무 더워서 너의 할머니에게 주르륵 달려가면.
할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어.
“가만히 있어 봐. 그러면 시원해져.”
그러면 아빠는 말도 안 된다고 거짓말하지 말라고. 투덜거렸지.
그런데 이제는 그 말을 알 거 같아.
정말로 가만히 있으면 시원해지는 것도 알아.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작은 실바람도 느껴지거든. 평소에는 지나칠 작은 바람. 그런데 그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얼마나 고마운지 이제는 잘 알아.
평상시에는 모르고 있었던 소중한 작은 것들.
가만히 눈 감고 있으면 보이는 것들.
단비야. 종종 가만히 눈 감고 있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