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에게 하는 말. 사실 나에게 하는 말. 010.
단비야. 아빠야.
엄마랑 안동에 있는 하회마을을 다녀왔어.
아빠는 생각해보니 17년 만이더라. 그때와 참 많이 변했어. 그중 깜짝 놀란 것은 입구에 있던 전동차였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비용을 지불하면 1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다고 했어. 어떤 것은 직접 운전하는 것이었고, 어떤 것은 그곳 사람이 운전해주면서 설명을 해주기도 하나 보더라고.
아빠와 엄마는 그냥 걷기로 했어.
조금 다리도 아프겠지만, 그리고 시간도 좀 오래 걸리지만... 곳곳을 천천히 보기로 했어.
전동차로 갈 수 없는 작은 골목, 그곳에서 만난 큰 나무와 그 나무에 얽힌 이야기. 사람들.
돌담 속 작게 피어있는 꽃 한 송이.
부용대 앞 숲에서 들리는 노랫소리.
그리고 이어진 숲길에서 만난 반짝이는 햇살과 솔솔 부는 바람들.
전동차를 빌렸으면 쉽게 만날 수 없었던 것들이야.
단비야.
우리 천천히 걷자.
시야는 속도에 반비례한대.
아빠는 우리 단비가 넓은 시야를 가진 친구가 되길 바라. 그 속의 작은 이야기와 아름다움도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