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물고기 떼가
수면 근처를 은하수처럼 헤엄칠 때,
네가 그곳을 가리켰어
나는 쳐다볼 수 없었지,
너무 낭만적인 것을 너와 함께하면
벼락처럼 너를 사랑해 버릴까봐
네가 나를 보고 등대처럼 웃었어
잠시 눈이 멀었던 것은 비밀로 할게
서덕준 / 밤의 유영 中
상상해봐. 죽음 같이 어두운 바다를 혼자서 오롯이 비추는 등대를.
그 넓은 바다를 부유하는 고깃배들에게 길을 인도해주려면 얼마나 밝은 빛을 내야 할까?
밝디 밝은 빛을 눈앞에서 본다고 생각해봐. 잠깐 눈이 멀고도 남겠지.
네 웃음이 그래. 내가 빤히 널 바라보면 너도 날 빤히 바라봐.
넌 바로 웃지 않지만, 이내 민망한 듯 나를 보며 등대처럼 웃어.
세상이 멈춰버리는 것 같은 그 순간이 좋아.
나는 어제 몇 번이고 눈이 멀었지만, 그건 비밀로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