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잊고 지냈던 것들이 불현듯 떠올라 가슴을 '쿵'하고 내리 칠 때가 있다. 책을 보다 갑자기 그날이 떠올랐다. 한 번 시작된 기억의 범람은 마음의 댐이 다 비워질 때까지 멈춰지지 않았다.
내 마음처럼 뜨거운 날이었고, 우리 앞에는 물이 다 말라 계곡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것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좁디좁은 골목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흙장난을 치며 서로의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확히 어떤 것들을 나눴는지는 기억나진 않지만, 그 장면만 액자에 담긴 그림처럼 남아있다.
그땐 왜 기억하지 못했을까? 그때 그 마음을 너를 만날 때 한 번이라도 떠올렸다면, 지금은 달랐을까?
귀를 찌르는듯한 날카로운 매미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