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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남 Oct 21. 2022

[한 컷 일기] 나의 세헤라자데

결혼 15년

여전히 남편이랑 노는 게 가장 재미있습니다.



성격도 생김새도 극과 극이어서, 정말 어떻게 만난 거지?

대체 어디가 좋은 거지? 심지어 15년 차에도 남편 얼굴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반대여서 그럴까요?

살면 살수록 엄청 재밌습니다.


특히 저희 남편은 말이 정말 많습니다.

말도 참으로 천천히, 쉬엄쉬엄 하는데 이게 정말 맛깔납니다.

있었던 일을 시간 순서대로, 토씨 하나 틀림없이 차분하게 말을 해줍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듭니다.

거짓말 조금 더 보태면 저는 핸드폰 게임이나 영화보다 남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이

더욱 쫄깃쫄깃합니다.


그렇게 15년째 빠져들어 살고 있습니다.

남편이 퇴근하고 오기만을 기다리면서요.

오늘 밤은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온몸으로 기대합니다.


부럽죠? 저는 열한 살 연상의

세헤라자데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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