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방에서 합방까지

저는 무조건 합방파!

by 정미남


인도의 결혼 예복은 정말정말 화려합니다! 풀컬러로 그렸다면 무지개빛이 되었을거에요!

부부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잠자리에 대한 이야기만큼이나 많이 언급되는 주제는 바로 "각방이냐 합방이냐"입니다.

여러분은 함께 주무시나요? 각방파인가요 합방파인가요?

합방파 중에서도 한 침대, 혹은 개인침대 각자 하나씩도 많으시더라고요.

저희 부부는 박 터지게 싸워도 무조건 한 침대 함께 수면파입니다.


사진출처 Pin

저는 출산 후 아이들이 크는 8-9년 동안 각방을 썼습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제 의지에 의해 썼다기 보단, 각방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더라고요.


스물네 살 첫 출산을 했습니다.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푹 자고 오래 자던 스타일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나니 울음소리 나 낑낑거리는 소리에 눈이 번쩍번쩍 떠졌습니다.

어떤 날은 잠이 깨서 아예 안 자는 날도 있어 기나긴 밤이 되기도 했지요.

뽀로로를 보며 새벽 세 시부터 아침까지 정주행을 달린 나날들도 많았답니다.

유아기 때는 아이들의 수면습관 교육을 해본다고 노력해 봤지만, 다 겪어보고 나니 "어쨌든 그 시기에 할 거 다 해보고" 수면습관이 생기는 거더라고요.


저와 남편은 결혼하기 전부터 우리는 싸우더라도 무조건 한 방, 한 침대에서 자겠다! 고 굳게 약조를 하였습니다.(사뭇 비장한 신혼의 약속)

하지만 결혼하자마자 허니문베이비로 임신을 하게 되었고, 신혼 생활을 신나게 즐길 여유도 없이 첫 아이가 태어나자 무슨 일이 있어도 한 방을 쓰자는 약속은 지킬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수면패턴이 잡히지 않은 아이와 함께 한 방에서 함께 자는 건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남편은 저보다 훨씬 예민해서 아이 울음소리에 저보다 더 빨리 벌떡벌떡 일어나 아이를 들여다보니 아침이면 눈밑에 짙은 다크서클을 드리우고 퀭해진 얼굴로 나가는 게 어찌나 안쓰럽던지요.

결국 첫 아이가 수면독립을 하는 그날 합방을 하겠다! 마음먹고 아이와 함께 저는 옆방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남편의 별명이 한동안 "건넛방박씨" 였답니다.


첫 아이와 둘째의 터울이 5살인데, 이제 큰 애는 밤에 잠들면 안 깰 정도로 푹 자게 되니 둘째가 생겨 연이어 각방생활을 이어오다 보니 그 시간이 무려 8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결혼생활 16년의 절반을 각방생활을 한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의 이 각방이란, "수면을 할 때만 각방"을 의미합니다.


제가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옆방으로 가면, 건넛방박씨는 제가 오기만을 경건히(?) 기다리고 있었지요.

물론 재우다가 함께 잠든 날들도 많았지만, 웬만하면 정신줄 챙기고 아이들 재우고 저는 건넛방박씨가 기다리고 있는 저희 부부침실로 갔습니다.

아이들이 자다가 중간에라도 깰까 온 신경은 온통 아이들 방 쪽으로 곤두서있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아주 성실하게(?) 건넛방박씨와 부부생활을 했답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이보다 스릴 넘칠 수가 없었네요.

하다가 중간에 아이의 기척이 들리면!! 동작 그만 을 외칠 새도 없이 그 누구보다 빠르게 후다닥 옷을 주워 입고(정말 주워 입었단 표현이 딱이었습니다 그 당시엔...^^)

다시 아이들 방에 들어가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저는 아이 곁을 지켰습니다.

남편이 저보다 빨리 입으면 남편이 들어가 재우기도 했어요 ㅋㅋ




하다가 중간에 끊고(!!) 다시 재우고 와 재개를 하는 것도 어찌 보면 참으로 피곤하고 무안하기도 한 일일 수도 있겠으나,

결국 저희는 끝을 보고야 마는 열정을... 핫핫핫


어느 누군가가 이렇게 됐는데 관둬! 그냥 잘래! 해버렸다면

지금처럼 다시 한 침대 수면은 물론, 부부관계도 무척 소원해졌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섹스리스가 되는 계기는 정말 여러 가지가 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사소한 것부터 정말로 큰 상처가 되는 한마디도 있을 테니까요.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의 포문을 열어준 건넛방박씨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비몽사몽 중에도 뿌리치지 않고 성실히 그의 손길을 내치지 않은 나 자신도 토닥여봅니다.


이제는 아이들은 각자 잘 시간이 되면 방에서 자고, 잠들고 나면 저희도 가슴 졸이지 않고 더 즐거운 부부생활을 합니다.

남편이 탱크 지나가는 듯한 코골이를 내도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와이프가 되었습니다.

눈을 감는 그날까지 한 침대에서 서로의 기척을 느끼며 한 침대에서 잠자리에 들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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