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편은 이상형은 아닙니다만...
소재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다가 드디어 남자 지인분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주 담백한 이야기였습니다만, 결혼 전의 연애와 이상형에 대한 것이었어요.
가끔 연애시절의 그녀가 불현듯 생각이 난다고 합니다. 어떤 것이 생각나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더 나누진 않았지만 무엇인지 추측은 가능합니다.
불현듯이라는 건 내가 의식하지 않고 있던 와중에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것이기에, 그 정도로 한 장면이 불숙 올라오는 날이라면 그날의 공기가, 장소가, 서로가 무척 강렬하게 남아있다는 뜻일 테니까요.
이상형에 가까웠던 그 사람이 가끔 생각이 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결혼을 해야겠다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연애는 좋았지만 말이죠.
지금의 아내와 예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평범한 남성분의 이야기였습니다.
여러분의 이상형은 어떤 타입인가요? 혹시 이상형의 그 사람과 만나고 있나요? 혹은, 결혼을 했나요?
흔히들 말합니다. 연애하는 사람 따로, 결혼하는 사람 따로라고요.
기혼자가 그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것도 연애와 결혼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도 있겠지만, 그 상대도 다르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다시 연애를 할 수 없는 현실이 있기에 더욱 그렇겠죠.
이상형이라는 말 자체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 내 수중에 없고 가지기 어려운 것이기에, 이상하고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상상해 볼 수 있고, 희망해 볼 수 있는 있죠. 왜냐하면 현실에서 만나기란 참으로 어렵거든요.
연인과 배우자는 다릅니다. 연인 같은 아내(혹은 남편)와 사는 것도 물론 가능은 합니다만, 흔치는 않은 것 같습니다.
연애시절, 그리우신가요? 이상형은 아니었지만 좋은 기억 한 조각을 남겨주었던 그 사람, 생각나시나요?
연애의 기억이 좋았던 것도 있을 테고, 엉망진창이어서 다시는 생각하지 않은 상대도 있을 겁니다.
정말 나쁜 사람이었는데 잠자리만큼은 정말 환상적이었다던가, 사람은 참 좋았는데…에서 기억이 흐려지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중엔 이상형이 있었을까요?
돌이켜보면 저는 소위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무척 키도 크고, 쌍꺼풀 없는 날카로운 눈매에 어깨가 정말 넓었던 친구입니다. 이상형과의 연애 시절 눈은 즐거웠지만 속은 늘 시끄러웠고 평화로운 적은 없었네요^^
결국 연애는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헤어졌고, 놀랍게도 정말 허우대 말고는 기억나는 게 없습니다.
제 남편은 키도 크지 않고, 가녀린 어깨와 늘씬한 팔다리를 지녔습니다. (이로서 이상형과 결혼하는 사람은 다르다! 가 증명이 되었군요 하하)
이상형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저는 연인 같은 남편을 만난 듯합니다.
이상형이 아닌데 내 눈에 나의 완벽한 이상형으로 보이게 만드는 재주를 부렸나 봐요. 지금 내 곁에 있는 이 사람이 내 눈엔 너무나 완벽하게 보입니다.(매번 죄송합니다. 친정엄마도 걱정할 지경입니다.)
저와 키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 눈 마주치기가 편하고,
길고 늘씬한 팔다리는 정말 보기에 좋고(진심입니다. 남자만 늘씬하고 예쁜 팔다리를 좋아하는 게 아니거든요!)
철저한 관리로 늘 슬림한 몸을 유지하는 것도 너무 멋있어 보입니다.
결혼 후 스타일도 좋아졌고 멋지게 나이 든 것 같아 남편을 바라보는 저의 눈에선 늘 하트가 쏟아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제 별명이 이 구역의 미친ㄴ…입니다)
자유로운 연애를 하던 시절,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고 그 누구보다 높은 심미안으로 이것저것 따져들던 어린 시절, 이상하게 이 사람과는 결혼해야겠다는 결심을 해버린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무엇보다 믿음이었습니다.
나를 굶겨 죽진 않겠구나, 이런 현실적인 저울질에서 비롯된 믿음보다, 이 사람은 정말 변치 않고 나를 우직하게 사랑해 주겠구나 하는 믿음을 보았어요. (거의 신흥 종교급이네요)
제 배우자에 대한 이상형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깨달았습니다.
여러분은 배우자의 어떤 점에 이끌려 결혼을 했나요?
멋지고 매력 넘치는 사람들이 넘쳐나 다른 사람과 내 배우자를 비교한 적 있나요?
내가 갖지 못한, 이상형을 그리거나 혹은 이전의 연인에게는 있었지만 내 배우자에게는 없는 점을 저울질해 본 적은 없나요?
사람은 본질적인 걸 제외하면 외형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내 곁에 있는 배우자도, 그 사람의 상대인 나도 변하기 마련입니다.
처음 만나 가슴이 두근거리던 느낌은 없을 겁니다. 나이가 들었을 거고, 살도 쪘을 거고, 진짜 편안할 때 어디까지 편안해지는 지도 알고 계실 테니까요. 그래서 내 배우자는 더 이상 내 이상형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그 포인트가 다르겠지만, 무언가 결혼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어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만나셨을 겁니다.
그때의 그 결심을 서게 해 준 건 무엇이었을까요?
곁에 있는 이 사람이 나의 이상형은 아니겠지만 이 사람과는 평생을 함께 할 수 있겠다 결심하게 해 준, 언젠가는 이상형이었을 이 사람의 허울도 예쁘게 봐주려는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지금 내 곁의 사람은 내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