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그리고 나의 태도

겸손, 감사, 그리고 다정함

by 허성현


우리 인생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금의 나는 겸손, 감사, 그리고 다정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가 가진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 많아진다. 결국 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하지 않나? 특히 건별로 일하는 프리랜서에게 실력은 기본값이지만, 그 외를 논하자면 결국 ‘사람’이 전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사람을 만나고 대하다 보면 누군가를 마주했을 때 드러나는 내 태도, 그리고 그 태도에 담긴 덕목을 고민해 볼 수밖에 없다. 영역을 조금 넓혀 생각해 보면, 꼭 프리랜서가 아니더라도 나는 적어도 지금은 위에 나열한 세 가지의 태도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겸손이다.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일은 대부분 운 때문이다. 내가 통제할 수도 없고, 내 바람과는 다르게 일어나는 일이 부지기수다. 노력과 자발적인 행동으로 인생을 개척할 수 있다는 슬로건은 동기부여적인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지언정, 현실에서는 같은 노력과 행동이 같은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다.


그러니 인생은 거의 대부분 운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렇다고 감나무 밑에서 입을 벌리고 있자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보다는, 나는 인생이라는 큰 파도 앞에 겸손해지길 택한다. 잘해도 내가 뛰어나서만은 아니며, 못해도 반드시 내가 못나서만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어쩌다 찾아온 행운에 자만하고 거들먹거리지 않기로 한다. 그저 두 손을 모으고, 부족한 나임에도 이런 기회가 주어졌음에 감사하다고 외친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나였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차치하더라도, 타인의 성공에 너무 열광하지 않고, 타인의 실패에 조롱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내 겸손함은 나를 과시하지 않지만, 그 시선을 타인에게도 두지 않으려 한다. 그냥 지금 이 자리에서 내 몫을 하되, 결과에 너무 심취하지 않으려 한다.


두 번째는 감사다.


삶 앞에서 겸손하기를 선택하면 감사는 함께 따라오는 것 같다.


큰 행운 앞에서는 누구라도 감사한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불행 앞에서도 “이만하길 다행이다” 되내어 본다. 사실 행운과 불행을 가릴 것도 없이, 그냥 이 자리에 숨 쉬고 있는 것조차 감사한 일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살아 있으니까, 적어도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보통 삶의 거의 모든 것에 감사한다. 지나친 인연도, 기회도, 오늘의 내 하루도 감사함이 넘치기 때문이다.


감사가 어려울 땐, 일어난 일을 찾기보다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찾는 게 더 쉬운 방법 같다. 그냥 오늘 내게 일어날 수도 있었던 9천9백 가지의 불행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음에 한 번쯤은 감사하며 넘어간다.


세 번째는 타인에 대한 다정함이다.


요즘 나는 이 다정함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믿는다. 삶 앞에서 겸손하고, 내게 일어난 일에 감사하다 보면 사실 다정함 역시 함께 따라오는듯하다. 내가 뭔가 거대한 존재가 아님을 알고,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서 감사함을 느낀다면 누군가를 차갑게 대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특히 지금의 일을 하면서, 나는 다정함의 덕을 톡톡히 봤다. 다정함은 높은 확률로 다정함으로 돌아오더라. 이는 일렁이는 물결처럼 한 번 파동이 뻗어나가면 쉽게 일그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정함은 다정함을 불러오고, 이는 다시 세상에 대한 신뢰와 감사로 이어졌던 거 같다.


그러니 누군가를 만나면, 일단 다정함을 보여주자. 적어도 처음에는…


다정함은 세 가지 덕목 중 요즘 가장 내 일상에 큰 만족감을 주는 덕목이다. 이 다정함의 선순환에 빠지면 상대뿐 아니라 나 또한 다정함에 빠지게 되어 일상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그리고 누군가 다정한 마음으로 준 몇 번의 기회로 난 정말 많은 것들을 얻었다.


나는 종종 이 다정한 말과 행동을 무심코 던진 돌에 비유한다. 보통 무심코 던진 돌은 개구리를 죽게 만들지만, 무심코 던진 다정함은 한 사람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기억된다. 내가 던진 다정함을 나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지나치듯 받은 누군가의 다정함은 다 기억하고 있다. 내 목표 중 하나는 그 고마운 사람들에게 언젠가 배로 그 고마움을 보답하는 것이다. 그걸 위한 노트도 만들었다. 진짜다.




그래서 이런 태도와 가치가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냐고 묻는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


모든 걸 어떤 결과로 해석하자고 한다면

나는 정말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그럴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앞서 말한 덕목들은

보통 내가 누군가를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나기 마련이고

나는 그러한 태도가 결국 나라고 믿는다.


산다는 건,

결국 내가 살아온 시간만큼

갈고닦은 태도로

매일매일 어떤 승부를 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이 세 가지 태도를 겸비한

나만의 잘 벼린 칼날이

오늘도 나의 한판 승부의 승률을

올려줄 것이라 믿는다.


물론, 운이 좋다면 말이다.


날이 좋아서..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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