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를떠나보낸 날
아무런 선택권 없이 그는 그렇게 떠납니다.
직장인 B는 이번에도
선택권을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늘 최선을 다했던 그였지만,
저 멀리 지방으로 인사발령이 났습니다.
그는 지난번에 승진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한번 더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후배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합니다.
새로 온 부서장에게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머물러 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모두들 삥 돌려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더 서운합니다.
차라리 "나가 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모든 것 접고 지방으로 갔을 텐데,
삥 돌려서 이야기하는 바람에
마지막까지 그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나 예상했듯이 <종이 한 장>에는
떠나라는 의사표시가 선명히 표시됩니다.
그렇게 어깨를 움츠리고 <박스>에
물건을 담고 이곳을 떠납니다.
그는 왜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을까?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직장인 B는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할 자유가 없었습니다.
승진은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그 자유까지 억압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먼발치에서 했습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해왔던 그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지만,
이렇게 그를 떠나보냅니다.
조직은 그렇게 정이 없나 봅니다.
그래서, 늘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자기 결정권이 없는 직장은,
그래서 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내 것이라면, 내 의지대로 있고, 떠나고,
확장하고, 키우고, 또 다시 하고,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지만
남의 것이기에 이렇게 스스로 원치 않는 결정을
담담하게 받아 들어야 합니다.
남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것에
<이골이 나는 곳>이 직장인가 봅니다.
떠나는 그와 늦게까지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그와 오랫동안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오로지 <하나의 밧줄>에 의지한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그래서 그는 괴로워했고,
떠남을 더 아쉬워했습니다.
저 멀리 지방에서 몇 년을 보내고,
이 회사를 떠나고 싶다고 합니다.
몇 년 승진의 고배를 마시고
또 원하지 않게 떠나게 되어서,
그는 마음에 상처를 받고
이제 회사에 더 이상 정이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그를 보면, 생각합니다.
"대부분, 그와 다르지 않다"
직장에서 만들어 놓은 <의미 없는 허들>,
<레고>를 끼우고 조립을 하듯이,
몇 개를 <더 놓고, 빼고>
허들을 <넘고, 넘어지고>
누군가는 충족을,
누군가는 좌절을 느끼며,
그 에너지로 연명하는 직장인의
<씁쓸한 뒷맛>을 느낍니다.
내일이 되면,
또 누군가 힘주어 방긋 웃으며
인사를 할 것입니다.
그가 떠난 자리에,
누군가 희망을 갖고 또 그 자리로 올 것입니다.
힘주어 웃으며 올해의 영광을 위해,
다짐하며 누군가로 채워질 것입니다.
그렇게 매년 반복됩니다.
한 개의 밧줄에 의지합니다.
직장인은 그렇게 살아갑니다.
하지만 조금 힘들더라도,
남의 것이 아닌,
내 것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내 입맛에 맞는 그리고 애정이 가는 밧줄을
하나 둘 엮어간다면,
지금은 다소 힘들지만,
더 이상,
조직의 목적과 회사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곳은 단지 <경유지> 임을 알기에,
직장인 B처럼 힘들어할 필요도
좌절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들의 목적을 존중하며,
자신의 내 길을 가면 그뿐입니다.
직장과 윈-윈 하며 살아가고,
내가 원할 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면 그뿐입니다.
<자기 결정권>은 늘 유효해야 합니다.
조금 힘들더라도,
내 것을 하나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 동료를 떠나보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