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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영 Jun 09. 2018

<마케터의 일>을 읽고

우아한형제들을 좋아한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여서 좋아하고, 업계 1등이라 좋아한다. 그리고 브랜딩을 잘 하는 회사여서 좋아한다.


우아한형제들을 '브랜딩 잘 하는 회사'로 만든 핵심인물인 장인성 이사가 책을 썼다. <마케터의 일>. 안 읽을 수 없었다. 마침 트레바리도 이른바 브랜딩이라는 걸 시작해보려는 참이라 더욱 반가웠다.


책은 쉽게 읽힌다. 저자가 오랜 시간을 들여 뼛속까지 새겨진 생각을 글로 썼기 때문일 것이다. 마케팅, 일, 조직문화 등에 대한 책 한 권 분량의 생각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졌을 리 없다.


제목은 <마케터의 일>이지만, <직장인의 일> 또는 <일 잘하는 법>으로 제목을 붙였어도 크게 이상하지 않았을 책이었다. 주니어들이 읽으면 '좋은 직장인의 마인드'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고, 시니어들이 읽으면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기억해두고 싶은 내용이 많았다. 메모한 분량을 살펴보니 무려 1만3천자 정도. 그 중 13개만 공유해 보면:




1.

5년 전, 제가 우아한형제들에 처음 왔을 때 마케터가 저 포함해서 두 명이었어요. 둘이 마케팅 이벤트를 만들고, 온라인 광고를 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하고, 앱스토어 리뷰를 모니터링했습니다. 홍보팀이 따로 없어서 마케터들이 보도자료 써서 기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어요. 위기관리도 우리가 나서서 하고, 앱에 들어가는 문장도 하나하나 손봤습니다. 회사의 구성원들이 배달의민족다운 문화에 공감하는 것도 중요한 브랜딩 활동이라 생각해서 워크숍 기획도 함께했어요. 


2.

마케팅을 잘하려면, 마케팅 이전에 일단 그냥 일을 잘해야 합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메일 쓰는 것만 봐도 알아요. 받는 사람이 회의가 많으니 메일 확인은 스마트폰으로 하겠지? 긴 글은 읽을 여유가 없을 테니 짧게 써야겠다. (...) 일의 종류가 바뀌고 산업군이 달라져도 일의 근본은 바뀌지 않습니다.


3.

배민찬 택배박스를 포장할 때 테이프 끝을 살짝 접어서 뜯기 편하게 해두는데요, 이런 사소한 일부터 더 나아지게 만드는 사람에게 눈길이 가지 않을까요? 


4.

같은 기능이면 무조건 가장 싼 것만 선택하는 사람은 취향이란 걸 가지기 어렵습니다. 같은 기능에 싼 걸 놔두고 더 비싼 걸 사는 심리를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최저가’가 아닌 다른 물건을 팔기 어렵겠죠. 어딘가 푹 몰입해보지 않은 사람은 내가 맡은 브랜드에 누군가를 푹 몰입하게 만든다는 게 뭔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5.

마케터는 회사 내에서 우리 상품에 가장 심드렁해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우리 상품을 누구보다도 깊이 알고 우리 브랜드를 누구보다도 좋아해야 합니다. 기획자만큼 깊이 알면서 소비자만큼 얕게 보는 일, 좋아하는 동시에 심드렁한 자기분열 상태를 유지하는 것,


6.

안 되는 이유를 말하기는 참 쉽습니다. 게다가 안 되는 이유는 엄청 많아요. 찾으면 끝도 없이 나옵니다. 안 되는 이유를 계속 말하다 보면 어느새 아무도 새로운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됩니다. ‘안 돼 안 돼 말잔치’에 까일 소재를 제공하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안 되는 이유부터 말하기 시작하면 되는 방법이 나올 기회를 잃습니다. (...) 안 되는 이유를 말하는 건 경험적으로 좀 있어 보입니다. ‘거기까진 생각 못 하신 것 같은데’ 하는 모양이 되니까 더 아는 사람, 고민 많이 한 사람처럼 보이고, 똑똑해 보이고, 멋져 보이기도 할 거예요. (...) 저와 동료들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일단 된다고 생각하고 서로서로 되는 방법들을 내놓으며 한참 앞으로 가봤다가, 그래도 영 아니면 그때 돌아옵니다. 안 되는 아이디어로 한번 끝까지 가보는 거,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7.

디테일의 품질을 높이려면 ‘이 정도면 됐다’ 하는 기준이 높아야 합니다. 이것저것 본 게 많으면 기준이 올라갈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잘하는 것, 좋은 것을 많이 보면 디테일이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8.

잘하고 싶은 사람은 ‘왜’를 자꾸 물어봅니다. 시니어 마케터 혹은 조직장이 이 부분을 읽고 계시다면 ‘왜’를 물어보는 구성원을 눈여겨봐 주세요. 더 잘하고 싶어서, 더 즐겁게 하고 싶어서,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싶어서 물어보는 걸 거예요. 


9.

그럼에도 우리는 계획을 수정해야 합니다. 협업하는 동료들의 불평이 무서워서 수정 없이 원안을 고수하면 안 됩니다. 우리는 실행하면서, 계획할 때는 몰랐던 것을 알게 됩니다. 생각했던 공간은 확보하기 어렵고, 그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고, 이렇게 추워질 줄 몰랐죠. 


10.

마케터는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 생각을 갖고 이야기하고, 설득할 수 없다면 철저히 설득당해 보세요. 


11.

같은 일을 하는 사람 사이에도 입장이 다를 수 있습니다. 광고주와 대행사의 입장, 조직장과 실무자의 입장, 마케터와 디자이너의 입장은 차이가 있죠. (...) 그런데 사실 이런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아요. ‘고객의 입장’이란 걸 가져오면 말이죠. (...) 다른 목표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을 때때로 보게 됩니다. 누군가의 목표는 고객이 아니라 조직장의 결재를 통과하는 것이고, 또 누군가의 목표는 멋진 포트폴리오를 쌓는 것이고, 또 누군가의 목표는 위험하고 귀찮은 일 만들지 않고 안정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자기의 진짜 목표를 들키지 않게 조심합니다. (...) 고객을 공동목표로 두지 않으면 입장 차이를 좁히기 어렵습니다. (...) 목표가 고객이 아닌 구성원이 있다면, 그의 진짜 목표를 실토하게 만들고 중요한 자리에서 내보내야 합니다. 그게 당장의 프로젝트 하나보다 더 중요합니다. 앞으로 있을 회사의 많은 프로젝트에 계속 나쁜 영향을 미칠 테니까요. 


12.

함께 일하는 사람을 저는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것까지 일이라고 생각하고 좋아해요. (...)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궁금해하고, 하려는 일에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 고민이 있을 때, 도움이 필요할 때 쉽게 말할 수 있도록. 기왕이면 말하기 전에 먼저 알아채고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도록. 


13.

뒤에서도 욕하지 마세요. 스스로 일의 태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아직 안 읽었다면, 아래 링크에서 주문을 해 봅시다. 참고로 저자 또는 출판사에게 부탁받고 쓴 글 아닙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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