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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영 Jul 03. 2018

고객(멤버)은 트레바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역할이 다를 뿐 결국엔 고객도 동료

우리는 고객 대신 멤버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우리는 공동체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멤버는 구성원이라는 뜻이다. 구성원들은 왜 공동체에 소속될까. 혼자 있을 때보다 이 공동체 안에 있을 때의 삶이 더 풍요로울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고객=멤버'인 우리 같은 회사에서 '성장'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트레바리와 함께하면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고 믿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멤버들은 트레바리에 어떤 것을 기대하며 가입을 할까. 독서 습관을 기르기 위해 트레바리에 가입하는 멤버도 있을 거다. 같은 가치관, 같은 취향,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교류를 기대하는 멤버도 있을 거다. 세간의 별명인 ‘듀오바리’에 걸맞게(ㅋㅋ) 러브스토리를 기대하는 멤버도 있겠다. 유명한 클럽장과의 친분을 목적으로 트레바리에 들어오는 멤버도 있을 거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모두를 위한 서비스는 아무도 위할 수 없다. 우리는 어떤 기대에 부응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계속해서 우리가 하는 일에 애정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려면, 우리는 멤버들이 다음과 같은 것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시대를 행복하고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한 관점, 정보, 태도, 그리고 인연.’


만약 너무 많은 멤버가 다른 것을 기대한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다른 가치를 제공하거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역성장을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회사의 매출은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유쾌하진 않아 보인다. ‘같은 곳을 바라보기’가 중요한 이유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때문에, 트레바리에서는 브랜딩을 ‘aligning’으로 정의한다.)


실제로 멤버들이 트레바리를 통해 '우리 시대를 행복하고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한 관점, 정보, 태도, 그리고 인연’을 얻을 수 있으려면, 우리는 매우 특별한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먼저 우리 시대에 필요한 지식과 인사이트는 무엇인지 알 수 있어야 하고,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네트워크란 어떤 것인지도 알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나름의 철학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가치가 자연스럽게 서비스에 녹아들 수 있는 기획 역량 또한 중요하다.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해서 멤버들이 서비스를 통해 이러한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읽고-쓰고-대화하고-친해지는 트레바리의 기본 서비스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멤버들이 더 유의미하게 지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다.


우리의 최우선은 멤버를 위하는 것이지, 멤버를 '즉각적으로'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고객 만족에 관심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멤버들을 위해서라면 단기적인 관점에서 멤버들의 불만족을 감내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독후감을 쓰지 않았을 때 독서모임에 참석할 수 없도록 하는 일이 대표적인 단기 불만족에 해당할 것이다. (물론 무엇이 고객을 위하는 것인지에 대한 겸손한 성찰은 당연히 항상 뒤따라야겠고.)


헬스장에 등록할 때만 해도 우리는 매일 기꺼이 헬스장에 나가서 땀을 흘릴 의욕에 가득 차 있다. 몇개월 후 달라질 나의 몸을 기대하면서. 그렇지만 곧 우리는 귀찮아진다. 헬스장에 가더라도 너무 힘든 운동은 피하게 된다. 우리는 그럴 때 귀찮아하는 고객을 어떻게든 헬스장으로 부르고, 적당히 하려는 고객을 설득해 어떻게든 역기를 한번 더 들게 하는 헬스장이 되려 한다. 트레바리라는 헬스장의 진정한 성과는 회원이 낸 회비의 총액이 아니라, 회원들이 얼마나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갖게 되었는지다.


결국엔 멤버도 함께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 만들어나가는 동료다. 다만 그 역할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멤버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멤버들은 우리가 계속해서 더 잘 그들을 도울 수 있도록 돈을 낸다. 선순환 구조가 잘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더 많은 멤버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해낼 수 있다면 이보다 멋진 일은 세상에 많지 않을 거예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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