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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영 Sep 16. 2018

집요한 운영, 쫀쫀한 유지보수

‘기획충’이 판치는 조직에는 미래가 없다!

뭐든 만들어놓고 쌩까면 무너지게 돼 있다. 유지, 보수, 운영같은 말은 폼 안나고 재미없지만,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혁신적인 기획이 아니라 집요한 운영이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기획충’이 판치는 조직에는 미래가 없다!) 


쫀쫀한 유지보수를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탈탈 털어야 한다. 그럴 때마다 그간 쌓인 비효율이 무더기로 쏟아진다. 가장 대표적인 게 ‘한 명이 하던 일을 세 명이 하기’다. 한 명이 하던 일을 세 명이 하게 되면, 우선 해당 업무에 익숙해지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학습 비용이 세 배가 된다. 그리고 같은 업무를 하는 담당자들끼리 주고받아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생긴다. 혼자 할 땐 아예 없던 비용이다. 마지막으로는 업무 전환 비용이 있다. 사람은 로보트가 아니어서, 이 업무에서 저 업무로 넘어간다고 바로 모드가 바뀌는 게 아니다. 잠깐 멍도 때려야 하고, 인스타그램도 봐야 하고, 친구들이랑 카톡도 주고받아야 한다.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일을 나눠하고 있는 부분을 찾아서 몰아주기만 해도, 업무는 효율화되고 구성원은 더 즐겁게 몰입할 수 있다. 


그 다음 비효율은 ‘쓸데없는 루틴’이다. 일을 하다 보면 이슈가 생기고, 이슈에 대응하다 보면 새로운 루틴 업무가 생긴다. 그렇게 해서 추가된 루틴 중 상당수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거나, 이제는 더이상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우리 이제 이 일 그만합시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괜히 일 하기 싫어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고, 그만뒀다가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루틴 킬링’은 리더가 아니면 쉽게 하기 어렵다. 리더는 일을 만드는 것도 잘해야 하지만, 그 못지않게 일을 없애는 것도 잘해야 한다. ‘이 일은 필요한 일인가’가 질문이 되면 일을 없애기 어려운 것 같다. 질문은 ‘이 업무가 우리의 리소스를 가장 잘 쓸수 있는 방법인가’여야 한다. 


마지막은 ‘컴퓨터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처음에는 양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대충 노가다로 때우다 보니 이지경이 된 업무일 수도 있다. 회사가 작아 개발자가 없던 시절에 시작한 업무일 수도 있다. 뭐가 됐든 우리가 하는 일들 중 대부분은 자동화할 여지가 아주 많다. 게다가 기술은 점점 쉬워지고 있다. 예전에는 천재급 개발자들만 할 수 있었던 일들이 불과 몇년 새 주니어도 손쉽게 건드릴 수 있게 되는 경우는 이제 너무 흔해서 놀랍지도 않다. 심지어 잘 찾아보면 일반인들이 다룰 수 있는 툴도 꽤 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케이스는 구성원들이 자율적+자발적+지속적으로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돌아보고, 개선하고, 필요하다면 쳐낼 수 있는 조직과 문화를 만드는 거겠다. 그런데 아직 어떻게 해야 그런 조직과 문화를 만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파워풀> 읽으면 힌트를 얻을 수 있으려나. 어휴 사업은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 아직 사업이라는 (왠지 거창해보이는) 말을 갖다 붙이기에 우리 회사는 너무 작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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