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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직활동가 Dec 16. 2016

<노동포스트>에서 잘린 사연

부당해고 용서 못해

오늘도 

그간 서랍에 있던 글을 정리하고 한다. 

이렇게 시작한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했기에 연봉 1650만원에 싸인했다"


지난해 8월, 첫 회사에서 부당 해고된 후 이런 글을 썼다. 

결국 완성하지 못한 채 '작가의 서랍'에 

묵혀둔 것인데, 오늘 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최근 팟캐스트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에서

기자 출신인 진행자가 2005년께 구직에 관한 카테고리로 

취재할 때의 일을 소개했다. 


당시에도 

"구직자가 눈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고 말이다. 


정말로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생각을 많이 한다.

일정 부분 맞다고 본다. 


당장 입에 풀칠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적은 임금에서라도 첫 직장을 잡아야 한다.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생존과 다를 것 없는 표현이다. 

 

나는 지난해 4월, 첫 직장에 들어갔다. 

눈높이를 낮춘 채 취업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계약서에 도장 찍었다. 


많은 직장인이 첫 직장에서

그들의 몸값이 결정된다. 


따라서 어디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느냐에 따라

향후 커리어와 본인의 가격(연봉)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를  일종의 '일하는 상품'으로 봤을 때 말이다.  


여태껏 

이 글을 다 쓰지 못하고, 발행하지 못한 이유를

반추해보면 


내 결정에 관한 후회를 

이 공간을 통해 알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인생의 첫 계약에 도장 찍은

자신을 책망했다. 


'기본급 127만원, 식대 10만원' (2015년 기준)


이는 내 월급의 모두였다. 

대표이사와 직원은 나뿐인 2인 체제의 회사였다.


한 노무법인에 딸린 방 하나가

내가 입사한 회사의 실체였다.


월요일 아침마다 청소를 이른바

빡세게(?)했다.  


대표이사는 먼지 쌓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

걸레로 보이는 곳은 모두 닦아야 한다고 지시했다. 


본인 의자는 물론이고, 

회장님 탁자(?) 같은 넓은 책상을

안쪽 면까지 구석구석 닦아야 했다. 


또 오전 9시까지 출근이지만

8시 15분까지 도착해 

경제일간지 기사를 필사했다.


이는 나의 업무적 역량 향상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이 부분은 필요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언제나 일명 '쿠사리'를 먹거나

잔소리를 듣는 것이 

나를 지속적으로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다.


앞서 말한 노무법인 안에

회사가 있을 때는 그나마 나았다. 


대표이사의 자택과 가까운 

서울대역 근처 빌딩에 사무실을 하나 얻었을 때는

대표이사와 나 둘만 있었던 터라 수시로 소리를 지르곤 했다.


청소도 엄청나게 했다. 

꼭 6시 이후에 청소를 시켜 

땀범벅이 되곤 했다. 


"업무 시간에 청소를 할 순 없잖아"

그의 말이었다. 


여러 가지로 이 사람이 미웠다.

가장 컸던 것은 아무래도 해고 건이다. 


3일 전에 나에게 "정리를 해야겠다"며 

말하고는 써야 할 기사는 메일로 달라고 했다. 


다음 달 월급을 맞춰줄 수 없는데

어떻게 하냐며

회사는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이다. 


오히려 그는

"무급으로 회사 다닐 것도 아니잖아"라며

자신의 사정을 피력하기에 급급했다.


나는 직접 해고를 당함으로써

그간 취재 과정에서 심적으로

거리를 뒀던 노동계에 깊이 공감하게 됐다. 


나는 그들과 다름없는 노동자였고,


'기자'라는 직종에 속해있으면서

사안을 정리하거나 기록을 자처하는 사람에 불과했는지도 모르겠다. 


4개월이라는 기간이 짧긴 했지만

취재하는 한 사람으로 정말 죄송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그들의 말에 

공감하지 못했던가.


노동전문 월간지에서 해고된 기자,

그게 바로 나다. 


 *월간지인 해당 매체는 아직도 발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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