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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직활동가 Jul 27. 2018

여전히 글은 권력일까

트레바리 7월 독후감, <대통령의 글쓰기>

글을 잘 쓰고 싶었다. 내가 쓴 글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길 바랐다. 내 생각이 바로 여기 있다고 사람들 손에 쥐어 주고 싶었다. 손아람 작가는 <세계를 만드는 방법>에서 “내 생각을 만든 것은 다른 누군가의 언어”라고 말했다. 여기서 언어는 또 다른 누군가의 생각일 것이다. 언어가 생각을 전하고, 생각은 언어를 만드니 이 둘은 끊임없는 연쇄작용을 한다.


결국 생각은 언어로 표현된다. 그리고 글은 언어를 기록하는 도구다. 이 얼마나 유용하고 특별한 발명품인가. 그러니 우리는 글을 절대 버릴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강원국은 글을 잘 쓰려는 이유를 "잘 살기 위해"라고 전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생각을 많이 하고 이를 공유한다. 글을 남기는 과정 자체가 인간이 살아가는 순서가 아닐까.


책을 통해 두 대통령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들이 연설을 위해 한 노력이 소중해 보였다. 역시 지도자는 자신의 언어로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위치라서 글을 잘 써야 한다. 생각을 많이 하고 결정해야 하는 대통령이 글을 못 쓴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내가 만약 연설비서관이라면 김대중 대통령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더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직접 대면해 대통령의 생각을 알고 배워가는 일은 겉으로 매우 멋져 보이지만, 실제로 매우 고될 것 같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과 정부의 무게를 실무자로서 견뎌내는 일은 버거운 일이다. 과연 나는 그 무게를 버텨낼 수 있을까.


나도 고스트 라이터다. 노동조합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통해 뽑힌 노동조합 위원장의 머리와 입이 되려고 하니, 뭐 하나 쉽지 않다. 여전히 헤매고 있다. 그 와중에도 이 일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이유는 한 가지다. 가장 가까이서 지지하는 집행부의 일을 돕고 있어서다. 세상을 바꿀 수 없는 꼬꼬마인 내가, 조직을 대변하는 글을 쓰면서 회사와 싸우는 법,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전하는 법 등을 배워가고 있다. 노동조합 홍보본부 실장인 내게 기자들은 묻는다. 왜 기자를 하다가 이 일을 하느냐고. 그때마다 웃으면서 "내부 취재 중"이라고 농담을 건넨다. 나는 노동조합이 어떤 곳인지 알기 위해 이 곳을 선택했다. 


세상의 많은 고스트 라이터들은 고용주의 시간을 아껴주기 위해 글을 쓴다. 가끔은 바이 라인을 단, 기자가 부러울 때가 있다. 자기 이름을 걸고 매번 글을 발표하며 평가받는 직종은 흔하지 않다. 그러나 온전히 상대 관점에서 쓰는 글도 오묘하다. 글을 쓰는 주체인 내가 매우 능동적으로 상대를 이해해야 하는 해야 하는 과정이 늘 괴롭다.  


글 자체가 권력인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다만 권력이 글을 쓰면 '말이 먹히는'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살고 있다. 이러니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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