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드득 뽀드득
요리하면 당연히 쓴 그릇들이 더러워지기 마련이다. 밥을 먹는 일련의 과정이 끝났을 때
그러니까 결국 배가 불러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지경이 된다. 그럴 때 나는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
지겨워서 혹은 귀찮아서 하기 싫은 것이 많아지는 건 내 뱃살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는 걸까.
주 5일을 직장에서 보내고 토요일이 시작되는 아침에는 밥을 해먹기가 싫다.
밥을 먹으려고 살며 일하는데도 참 귀찮다는 것이 신기할 때가 있다.
그럼 대체 무얼 하며 살겠다는 걸까.
오늘은 약속을 하나 취소했다. 그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는
집밥을 만들어 차린 상태였다. 정말 얄궂다.
천천히 혼밥을 먹고 난 다음은
결국 설거지, 당연하게도 하지 않고 물로 적당히 그릇들을 채워놓았다.
아, 담갔다는 게 맞겠다. 그래도 저녁을 맛있게 먹었으니
나름 풍요로운 토요일 밤이다.
다시 부엌 앞에 서야함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