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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겸 Nov 12. 2022

왜 사람들은 부동산을 쫓는가?

스물다섯 번째 책 / The Catalyst / 조나버거 / 문학동네

1.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자산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부채 유동성이 민간과 시장에 뿌려졌었다. 자산시장의 하나인 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받아 가격이 무섭게 오르기 시작했다. 거기에 잘못된 전월세 정책이 기름을 부었다. 덕분에 서울/경기 아파트 가격은 약 2년 동안 불타올랐다. 그러다가 작년 10월, 부동산 시장에 약간의 냉기가 감지되었는데 대중은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와 인플루언서들이 2022년 부동산 전망을 상승으로 예견했고, 대중을 영끌 매수로 이를 지지했다. 그리고 금년 1월부터 일부 언론이 미국 연준 기준금리 인상 및 한국은행의 선제적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7% 인상 가능성을 경고했었으나 부동산 커뮤니티의 일부는 이를 조롱하고 비웃기도 했었다. 여전히 낮은 2~3%의 대출금리가 1년 안에 7~8% 이상 오를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들은 2013년 가을부터 약 10년 간 부동산 상승을 눈으로 목격해 왔기 때문에 급격한 통화정책의 변화를 읽어낼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왜 대중은 무리한 영끌을 하면서까지 부동산 매수에 나섰는지? 왜 대중은 그 어떠한 경고와 조언을 무시한 채 한 방향으로 매달렸는지? 왜 대중은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편향을 벗어던질 수 없는지? 등을 설명할 수 없다.



2.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냉각된 부동산 시장과 하우스 푸어의 양산은 부동산 매수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따라서 당시에 사람들은 매매보다 전월세를 더 선호했었다. 아파트를 사라고 하면 사지 않았다. 반대로 2013년 가을 이후로 전세가가 밀어 올린 매매가 상승이 목격되었음에도 사람들은 아파트를 매수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가 몇 번의 전세가 상승이 만들어낸 매매가 인상 사이클을 경험하고야 아파트를 매수하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 매수하는 일반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고, 2019년에는 갭투자와 법인 투자 열풍이 불더니, 2020년 팬데믹 이후에는 FOMO에 짓눌린 2030 세대의 영끌 매수가 등장했다. 나는 2019년 7월과 2020년 7월에 갭투자를 정리하라는 조언을 했지만 사람들은 듣지 않았다. 오히려 사지 말아야 할 사람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사기 시작했다. 원래 사람들은 무엇을 하라고 권하거나 설득하는 것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방어기제이다. 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반대로 강화하는 경향이 더해지기도 한다.(Reactance effct) 특히 무언가를 강압적으로 설득하거나 요구할 때 더욱 그런 경향이 강화된다. 또한 변화를 통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이유로 현상유지를 선택하는 경향(Endowment effect)이 있는데 이는 사람들이 불확실성에 빠질 때 심화된다. 이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회피(Uncertainty)하는 것이 인간의 진화론적 특성이기에 그렇다. 따라서, 부동산 매도를 하라고 아무리 악에 받쳐 이야기해도 말을 기울이지 않는 이유이다. 반대인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사람들의 부동산에 대한 편향을 설명할 수 없다.

출처: 중앙일보



3.

상상을 해보자. 당신은 전세입자이다. 만약, 어느 날 당신이 몇 번이나 올려준 전세금이 집주인의 갭투자 금액으로 고스란히 들어가 세를 불리고 있었다면 당신은 어떤 기분일 것 같은가? 만약 당신 주변의 사람들이 아파트 청약과 매수에 열을 올리고 1년이 지나지 않아 몇 억의 수익을 봤다고 한다면 상대적 박탈감을 회피할 수 있겠는가? 몇 번의 전세 사이클을 보내면서 주변의 성공사례를 들었다면 당신은 전세만을 고집할 수 있겠는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런 상황을 지난 10년 동안 부동산 상승을 목전에서 경험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미 경험과 사례를 통해서 대중의 수용 영역 안에 부동산 우상향 스토리가 깊숙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대의 논리를 가지고 부동산 하락 가능성을 설명하려고 해도 대중은 쉽게 귀를 기울일 수 없다. 이는 자기 수용범위 밖에 그 어떠한 것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중은 부동산이 계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보강 증거를 찾아서 더욱더 자기 편향을 확증적으로 가지고 갈 것이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1년에 사람들에게 부동산 매수를 권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 또한 그때 손사래를 치면서 거절했었다. 선대인 교수의 잘못된 편향에 기회를 놓친 탓도 있었지만 내가 절대 그렇지 않을 거라는 보강 증거로 확증편향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조나버거 교수

4.

조나 버거 교수는 펜실베니아 와튼 스쿨에서 마케팅학을 가르치면서 전 세계 100만 부 이상의 책을 판매한 글로벌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또한 그는 미국의 주요 언론지와 학술지에 마케팅과 소비자 심리 관련 많은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지금 소개하는 이 책도 마케팅과 소비자 심리에 관한 글이다. 하지만 작가의 바람과는 달리 이 책은 내게 경제와 투자에 반응하는 대중 심리를 설명한 책이다. 내가 앞서 설명한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대중들의 극단과 편향을 설명한 것처럼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것을 읽어내고 투자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개인의 심리를 전부 파악할 수는 없지만 개인이 만든 집단의 심리가 이런 식으로 읽힐 수는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향후 경제와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들의 컨센서스가 어떤 것인지, 그것이 어디에 기반하는 것인지 알 때 비로소 좋은 투자를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경제와 투자만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일상에서도, 삶에서도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내고 타인과 세상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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