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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화랑 Jul 29. 2024

내가 얼마나 더 잘 되려고, 이렇게 까이냐! 땡! 지옥

맨날 거절 메일에 지쳐서, 인생은 땡! 버라이어티 지옥

나는 운과 행운의 총량이 디엔에이에 내재되어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처음부터 운수 대통으로 태어난 자들의 몫을 넘보거나 저들의 성공에 배아파해서 소용이 없다고, 나는 내 몫의 행운이 저기 어딘가 무지개 언덕 너머에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래도, 가끔씩 열이 받는 건 어쩔 수 없다. 누군가 엄청난 부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이라던가, 우연히 회사에서 강매하다싶이 했던 아파트가 대박이 났다던가, 옛날부터 파묻어둔 주식을 발굴해내 비트코인 부자가 되었다는 누군가의 카더라 행운썰. 나는 이만큼 두 손을 꽉 쥐고 노력해야 남들만큼 겨우 죽지 않고 사는데. 나는 생존에도 얼마나 많은 힘이 드는데. 그깟 거 뭐, 하고 사뿐히 내 옆을 슝 지나가는 마라토너들에게 나는 헥헥거리는 100m 달리기 선수일 테지.

하지만, 덕분에 하는 웃긴 생각도 있다.

[내가 뭐가 이렇게 나중에 잘 되려고 이러지?]

하며 깜찍하게 머리를 갸웃거리는 것.


 실패를 하면 할 수록, 나중에 다가올 큰 성공과 행운에 슬픔은 금세 툭툭 털어내고 내일을 기대한다. 미쳤나봐, 이 정도면 나 로또 당첨 이번주에 꼭 된다. 하는 주도 있다. 물론 5천원도 안 된다. 꽝이다. 그럼 나는 또 생각한다. 이번 주도 꽝이고 거지같은 시간들이었으니, 다음주에는 기필코 정말로 로또 1등이 확실하다고. 그리고는 또 월요일에 5천원을 내민다.


예를 들어, 오늘같은 일. 강화도에서 3박 4일을 있었다. 강화터미널에서도 한참 마을버스를 탈탈 타고 들어가야 하는 산골짜기. 거기서 집에 돌아가야 하는 시간은 어김없이 다가왔고, 나는 대중교통으로 무려 2시간 50분의 대장정을 해야했다.      


긴 시간만큼 루트는 다양했다. 어떻게 가야하지, 고민하다가 일단 제일 가까운 마을버스를 타 보고 생각하기로 했다. 마을버스가 다행히 10분 기다리니 도착했고, 그리고는 곧장 1시간 50분짜리 시내버스로 갈아탔다. 그랬는데- 분명 버스 정류장을 잘 체크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사람들이 우르르 다 내리는 곳이 왔다.


어라 나는 네이버에서 여기서 내리지 말랬는데, 더 기다리랬는데 왜 그런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는...도리어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기사님께서는 조금 더 직진하고 차를 멈춰세우더니 내게 소리쳤다.


왜 종점에서 안내려가지고! 어!



앗, 하지만 네이버가 저보고 여기서 내리지 말랬는데요. 하는 말은 통하질 않겠지. 나는 그저 아이쿠 죄송합니다 제가 핸드폰을 보느라 깜빡했습니다. 하고 웃으며 내렸다. 기사님도 놀라셨을테지. 회차지에서도 내리지 않는 손님이라니.


결국 나는 알 수 없는 이상한 곳에 도착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긴 1호선, 부평역이었다. 지하철 역으로 들어갔더니 어라- 간격이 넓고 이상하기로 소문난 친구가 웬일로 딱 내가 필요한 급행열차 이름을 달고 오고 있냐. 오, 대박. 그럼 이 역에서 내려서 바로 버스를 타면 ... 2시간 50분 대신 2시간 30분에 집 앞까지 바로 내릴 수 있네!


오예, 럭키.

그러니 나는 허둥지둥 길을 놓쳐도 내게 내재된 하루치 행운을 다 받은 셈이다. 아, 물론 1호선 역에서 내리면서 로또 명당에서 로또도 한 장 더 샀다. 이 정도로 조금 불행했으면- 이번 주 5천원은 될 지도 모르니까.




또 있다. 요새 브런치에 올린 글들로 여러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보내고 있다. 하나 하나 까여가는 메일은 장장 30개를 넘어가고... 나는 이제 포기를 하기는 커녕, 또 다시 새로운 출판사를 기웃거리며 컴퓨터 화면에 대고 외친다.



이렇게 대단한 글이랑 작가를 몰라보다니, 이 무지랭이한 출판사들. 내가 얼마나 예쁜지 몰라서 그래 다. 아 나, 내 인생 얼마나 또 잘 풀리려고 이렇게 퇴짜를 맞냐. 줄줄이.



하고는 눈에 더욱 불을 키고 오늘은 출판사 ㅍ부터 찾아야지, 하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쓸데없이 무조건 긍정적인 생활을 하라는 자기계발 명언을 참 싫어한다. 긍정적으로 자기 세뇌를 하라니, 무슨 소리! 불행하고 힘들고 아플 땐 부정적으로 살아야한다. 


그만큼 제 짜증을 있는 그대로 삶에 투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화를 참지 못해 씩씩거린다. 결국 밤 열두시에 소주와 엽떡을 야무지게 마시고 먹는다. 그러면서도 외치는 것이다.



그게 중요하다. 꺾이지 않는 나의 예쁜 발칙함. 있는 그대로 불행을 받아들이지만, 그렇다고 수긍하고 수그러들지 않는 바락바락함.



나는 오늘도 세상에 대들며 분노의 타자로 메일을 하나 더 보낸다. 원고투고, 에세이, 안녕하세요. 편집자님. 으로 시작하는 아주 공손하고 마음을 숨긴 메일 말이다.



내 행운은 정해져 있지만, 아직 더 올 거라고 믿으니까. 내 인생, 뭐가 얼마나 잘 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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