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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영상 통화를 켜놓는다. 그 채로 잠이 든다.

내가 얼만큼 당신을 좋아하는지 모를 거야.

by 라화랑
우린 영상통화를 켜 놓는다. 그 채로 잠이 든다.


걱정할 게 참 많은 나.

까매진 화면에 대고 주고받는 잘 자, 사랑해. 에 얼마나 많은 마음이 담겼는지 그는 매일 모를것이다. 오늘은 기후 변화로 불안했으면 내일은 경제 사정으로 막막한 식.


웨딩 촬영을 위해 쉬인에서 구매한 2만원짜리 드레스가 마음에 들질 않아 풀이 죽어 있노라면, 그는 침대에 드러누워 있는 나를 보고는 계속해서 웃는다. 어쩜 그런 것 하나하나에 기분이 왔다 갔다 하냐며. 귀엽다고.

나는 그 새 이미 결혼이 뭐지, 나는 왜 귀찮게 셀프로 하겠다는 이 짓을 벌였지, 또 다른 걸 찾으려면 대체 얼마나 더 시간을 들여야 하는걸까. 온갖 낙담의 롤러코스터를 세번 쯤 타고 왔을 때다.


그러면 그는 나를 가볍게 지켜준다.

봐, 지금도. 미래에 무거워질라 치는 나를 어떻게든 알고 말해주잖아.

나 잠이 안 왔어, 다시 자 볼게. 하고.


꺼지지 않는 영상통화는 내가 보내는 마음이다.

오늘의 끝까지, 내일의 시작부터 부지불식간에 달려드는 불안들을 물리쳐달라는 부탁.


그는 나의 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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