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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칸스 Jan 22. 2021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들이 지닌 무늬때문일거야

너는 힘들 때 어디를 찾아갔니. 나는 답답하고 어려울 때면 바다가 생각나. 그래서 기차를 타고 근처에 바다를 찾아가곤 해. 한동안 갈 여유가 되지 못해서 찾아가지 못하다가 마음에 바람 좀 쐬게 해주고 싶어서 무작정 바다를 찾아갔어.


얼마나 그 바다를 보았을까. 한적한 해수욕장에 소수의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끼룩끼룩 거리는 갈매기들 사이에서 바다가 파도치는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바다를 바라보았어. 그 순간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었지. 파도의 끝자락과는 가깝지만 내가 위협당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아무런 도구 없이 그냥 앉아서 핸드폰은 넣어두고 멍하니 바라보았지. 주변에 누가 지나다니던 말던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었어. 그렇게 조용한 세상 속에서 나즈막하게 들리는 소수 사람들의 목소리와 파도의 소리들이 조화를 이루며 나에게 말을 걸어와.


때로는 바다 안으로 들어갔다가 때로는 나에게로 다가왔다가 너무 가까이 오지도 않고 너무 멀리 사라지지도 않는 적정의 거리를 유지하며 나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와. 너무 조용한 것 같으면 큰 파도소리를 내며 나를 위로하고, 너무 시끄러운 것 같으면 작은 소리를 내며 나를 배려해줘.


파도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려고 하다 보면 바다를 자세히 보게 돼.  바다를 계속 보다 보니 그들만의 물결을 지니며 나에게 다가오다가 자신의 아픔에 견디지 못해 결국에는 쓰러져버리는 광경을 보게 될 거야. 끊임없이 물결을 지니며 나에게 다가오는 바다의 무늬가 아주 잠시 잠깐 징그러워 보이기도 해. 그래서 평평한 바다를 바라보았어. 그랬더니 너무 밋밋한 거 있지? 아무것도 없으니까 보던 평평한 바다에서 물결 가득한 바다로 시선을 돌리게 돼. 물결을 보다가 평평한 바다를 보다가. 이 짓을 반복하다 보니 결국에는 물결이 나에게 다가와 파도치는 모습에 계속 눈이 가더라. 바다가 밋밋하면 아무런 감동이 없듯이, 우리의 인생도 그런 거 같아. 바다가 지니고 있는 여러 물결들이 파도를 만들어 앞으로 나아가지만, 각자가 지닌 상처로 인해 결국 넘어지곤 하지. 하지만 그 파도는 혼자가 아니야. 하나의 바다에서 하나의 파도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각자 다양한 속도로 다양한 무늬를 지니고 다양한 파도를 만들어내지. 큰 파도로 무너질 것만 같을 때 다른 파도가 넘어지면서 주위의 파도를 붙들곤 해. 조금은 덜 다쳤으면 하는 마음에 말이야. 그렇게 넘어짐과 동시에 파도는 또다시 물결을 만들어내어 각자의 소리를 내며 또 넘어지고 말아.


만약 파도가 물결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파도를 칠 수 있었을까? 파도를 치지 못했다면 주위의 파도들을 붙들 수 있었을까? 결국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는 건 바다가 지닌 아픔인 거고, 다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건 그들이 내는 파도소리일지도 몰라. 바다가 자신의 몸에 무늬를 지녔듯이, 우리 또한 우리의 마음에 무늬가 지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나 아픈 걸 꺼야. 또한 바닷소리에 우리가 위로를 받듯이, 우리 또한 우리들이 지닌 각자의 소리에 다른 누군가가 위로를 받을 거야.


그러니 계속 자신의 무늬를 잃어버리지 말아줘. 계속해서 소리를 내줘. 너를 찾으러 온 누군가가 앞으로의 나날들을 살아갈 수 있도록. 그렇게 계속 너의 인생을 살아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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