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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칸스 Feb 20. 2021

생명에 관한 논쟁

누군가는 평화 속에서 몸이 형성되고, 누군가는 아픔 속에서 몸이 형성된다. 누군가는 환영 속에서 태어나고, 누군가는 거부 속에서 태어난다. 누군가는 햇빛을 받으며 자라나고, 누군가는 어둠을 받으며 자라난다. 누군가는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고, 누군가는 학대를 받으며 자라난다.



생명의 시작, 그것은 어쩌면 난자와 정자가 만난 순간부터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아기가 태어난 순간부터 인간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엄마로부터 영양분을 받아먹고 세상과 소통하며 태아로 발달하는 것인데, 그 시기를 중요시 여기지 않고 몸을 멋대로 굴리거나 임신한 자에게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전에 만나던 사람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너는 갑자기 아이 생겨버리면 어떻게 할 거야?"

사실 쉽게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서로가 준비가 되어있지도 않았는데 의도치 않게 생긴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나에게 "지운다"는 생각은 존재하지 않았다. 생명을 지운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로 인한 죄책감과 우울증이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았다. 의도치 않은 유산도 마음이 찢어지는 마당에 스스로 지우는 일이라니, 차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상대방의 입에서 엄청난 말이 나왔다. 

"서로 준비도 안되어 있고, 경제적인 여건도 안 따라주는 와중에 아이를 낳을 순 없지 않아?"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쉽게 내뱉는 말에 나는 어떤 의견을 내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그래서 나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여성이 겪을 아픔들을 이야기하니, 상대방은 "그러니까 조심하자는 이야기고, 이런 대화를 자주 하자는 이야기야"라고 대답했다. 그 이후 우연히 낙태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을 때도 상대방은 심각성을 못 느끼는 듯해 보였다. 본인이 지닌 사고방식이 올바르지는 않아 보이는데, 마치 내가 잘해야 하는 것마냥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었다.


그 이후 종종 접하게 되는 피해사례들을 볼 때면 피해자 잘못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것이 정녕 피해자 잘못인가. 



학대를 받으며 자라는 아동은 그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며, 주변에서 도와주려 해도 둘러싸인 가족에 의해 악순환은 반복되고 만다. 끔찍한 사례들이 나중에서야 드러나는 이유는 힘이 약한 아이는 할 수 있는 게 부모의 말을 듣는 것뿐이고, 교육이 필요한 부모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자신의 어떤 부분이 자녀에게 해를 끼치는지 모르고, 설령 알려준다 한들 온갖 이유들을 갖다 대며 정당화하고 이해를 요구한다. 



우리가 이해를 해야 할 대상이 과연 누구일까

우리가 알아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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