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칸스 Mar 11. 2021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유기 생명체

세상에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학대받는 생명들이 존재하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버려지는 생명들이 존재하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생을 마감하는 생명들이 존재한다. 생명이라 하여 사람에 국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의 사랑으로 길러지는 모든 존재들이 다 생명이다. 갓 태어난 아기도 생명이고, 우리의 삶 속에서 웃음을 건네주는 반려동물도 생명이고, 삶의 활력을 주는 반려식물도 생명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순간에도 생명은 태어나고, 학대받고, 버려지고, 죽는다. 이 모든 사항들이 한순간에 일어난다는 게 얼마나 참혹한 일인가.



갑작스럽게 생긴 아이, 무턱대로 데려온 아이, 좋은 이미지를 위해 데려온 아이, 사랑으로 데려온 아이, 자신의 욕구를 위해 데려온 아이,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데려온 아이. 이렇게 수많은 이유를 가진 채 생명은 누군가의 삶 속에 들어오지만, 정작 그들에 대한 대우는 물건과 같은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방문객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누군가를 우리 삶에 들인다는 것, 누군가의 삶을 책임진다는 것, 이 모든 것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아틀라스가 지구를 들고 있는 것만큼이나 무거운 일이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너무 쉽게 아이를 갖고, 너무 쉽게 아이를 입양하고, 너무 쉽게 반려동물을 데려오고, 너무 쉽게 버린다.



그냥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 불쌍해서 데려온다면, 본인이 힘들어졌을 경우에는 학대하고 버리겠는가. 어떻게든 감당하기 위해 데리고 있으면서, 자신의 힘듦은 분출하고자 학대를 하겠는가.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한두 번 친 것을 가벼이 여기고자 하는가. 삶이라는 것은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정녕 모르고 있는 것인가. 자신에게 아픔이 있고, 어려울 때가 있듯이, 들인 생명 또한 아픔이 있고, 어려울 때가 있다는 것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본다면 어느 결정하나, 어느 행동하나 쉽지 않을 터인데, 누군가를 삶에 들이는 과정은 얼마나 고되겠는가.



네이버 웹툰 중 『개를 낳았다 시즌2』42화를 보면,


저희가 입양 조건, 심사 절차가 마아아아않이 엄격합니다.
잘못했다가는 거리 입양제가 유기견 무료 나눔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개인이 입양 보내는 것보다 힘들 수도 있어요

저희 모토가
한 마디라도 많이 보내자가 아니라
한 마리라도 제대로 보내자 거든요


어떤 생명체를 들이던 간에 엄격하고 까다롭게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무조건 출산, 무조건 입양이 오히려  더 많은 유기를 낳을 수 있.



*아래의 시는 아동학대를 바라보며 직접 지은 시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해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