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왜 읽는지, 읽으면 뭐가 좋은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사실 나도 소설은 수능 국어나 생기부 도서란에 책을 쓰기 위해 억지로 읽었을 때, 대학교 교양수업을 들을 때를 제외하고는 읽은 적이 없었고 읽을 필요성을 못 느꼈었다. 한 번도 자의로 읽은 적이 없다는 얘기다.
처음 불편한 편의점을 읽게 된 계기는 회사동료랑 서점에 갔다가 추천을 받았고 마침 표지가 너무 예뻐서였다. 나랑 잘 맞는 사람이 재밌다니 이 책도 나랑 잘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나의 첫 소설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서 읽었는데 웬걸 너무 재밌었다. 나오는 캐릭터마다 개성 있고 매력적이었다. 이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꼈는지, 어떤 말을 내뱉는지 매 순간 궁금해졌고 그렇게 후다닥 며칠 만에 읽었던 것 같다.
이제 읽는 이유는 ‘재밌어서’로 정해졌는데 왜 좋았을까, 읽어서 뭐가 좋았을까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간접 경험할 수 있어서 재밌었고, 그래서 좋았다.
우리는 살다 보면 내 풀 안에서의 사람들을 만나고 나와 비슷하게 사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래서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간혹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고 그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 그들이 가진 고통을 경시 여기고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관계 맺어온 상황에서 막연히 다른 사람의 삶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이때 소설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불편한 편의점에는 절필을 고민 중이던 작가와, 취업준비를 하다 재능을 발견하게 된 알바생, 말은 어눌하지만 머리가 좋은 듯한 서울역 출신 독고씨 등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와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책에선 그들이 느끼는 크고 작은 감정들이 아주 섬세하고도 담백하게 담겨있어서 작가도 됐다가, 알바생도 됐다가, 서울역에 살아도 봤다가 했다.
그리고 이렇게 감정이입을 잘하도록 글 쓰는 것이 작가의 역량이자 좋은 소설의 척도가 되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불편한 편의점은 좋은 소설이었다. 그들을 모두 경험한 듯한 경험을 주었기 때문이다.
소설을 처음 읽는 사람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추천하고 싶고 최근 읽었던 책 중 가장 사람 사는 얘기였던 책이라 다시 한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