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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Jan 23. 2020

13kg 감량과 아토피 탈출 비결?

꾸준하면 위험한 이유


몇 해 전 화제가 된 ‘간헐적 단식’이 꾸준히 인기다. 방송에서도 여러 번 심도 있게 다뤘고, 실제로 다이어트에 성공하거나 건강을 회복한 사례들이 많이 소개되면서 그 신빙성을 높였다.      


간헐적 단식은 공복 상태를 일정한 주기로 유지하는 식단법이다. 일주일에 이틀은 24시간 단식을 하고 3~5번 정도 아침을 거른다. 16시간 정도 뱃속을 비우는 것이다. 공복 상태에서는 새로운 세포를 만들기보다 기존 세포들을 고치는 데 더 힘을 쏟는다고 한다. 그 과정에 살도 빠지고 건강도 좋아진다고.     


할 만한데 효과도 있다!

간헐적 단식의 최대 수혜자는 내 옆에도 있다. 1년 동안 13kg을 뺀 우리 남편. 허리 벨트 위로 ‘메롱’하고 고개를 내밀던 옆구리살은 둘째 치고, 젊은 나이에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걱정이 많았다. 식탐쟁이인 그가 어느 날 SBS 스페셜을 보더니 갑자기 간헐적 단식 시작을 선언했다. 처음엔 밤마다 꼬르륵 거리는 배를 붙잡고, 스마트폰으로 맛집 검색을 하는 그가 안쓰러웠고(주말에는 간헐적 단식 해제!) 저러다 말겠지 했다. 하지만 두세 달 지나고서부터는 배고픔이 사라졌단다. 독하게 1년을 유지하더니 뱃살이 쏙 들어갔고 혈압도, 콜레스테롤도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는 간헐적 단식이 몸에도 좋고 할 만하니 평생 이 사이클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소화능력이 좋지 않은 나도 자극을 받아 올해부터 시작했다. 금식까지는 아니어도 하루 중 8시간 동안만 식사를 하도록 노력 중이다.     



3년 동안 종편채널에서 건강프로그램을 하면서 정말 다양하고 희한한 식이요법을 많이 공부했고 소개했다. ‘특정 음식을 꾸준히 먹어서 병에 도움을 받았다’는 분들의 믿음은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것만 먹고 산 건 아니다. 오히려 먹지 않은 게 더 많았고 운동이나 치료 등을 병행하셨다. 방송의 특성상 하나의 아이템에 포커스를 맞출 뿐, 그것을 전부로 받아들이면 위험하다. 방송에서도 그러한 경고 문구를 항상 달지만, 비중이 적을뿐더러 시청자들은 이미 ‘특정 음식’에 현혹된 상태라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꾸준한 건 좋지 않다?!

나는 ‘무엇을 꾸준히 먹어라’라는 식의 건강법을 믿지 않는다. 아토피로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낸 내가 몸으로 겪고 공부한 바 때문이다. 일상적이지 않은 식품(식사 때 먹는 음식이 아닌)을 매일 챙겨 먹는 건 아픈 사람들에겐 특히 독이 될 수 있다.     


‘아토피는 면역력을 키워야 해’라고 많이들 알고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알고 한참 동안 면역력을 키우는 ‘홍삼 진액’를 꾸준히 먹은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아토피는 면역력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니었다. 오히려 면역과잉반응으로, 내 몸에 적이 들어온 게 아닌데, 적이 들어왔다고 착각하고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꾸준히 챙겨먹지 않았으면 적어도 일을 키우진 않았을 터.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좋다고 하니 ‘녹즙’을 아침마다 주문해 마셨고, 점심시간엔 ‘생과일주스’를 후식으로 즐겼다. 알고 보니 아토피에는 특정 성분이 과하면 독이다. 녹즙이나 주스는 과일이나 채소 원재료로 먹는 것보다 성분이 수배 농축돼있다. 그것이 한 번도 아닌 매일 몸에 들어오면 쌓이고 독이 되어 가려움을 일으킨다. 특히 수박이나 토마토 같은 과일을 자주 먹는 건 아토피에 최악이다.     


올리브 오일이 좋은 것 다 안다. 하지만 아토피 환자는 기름 섭취 자체를 최대한 줄이는 게 좋다. 가끔 먹는 건 상관없지만 일부러 챙겨 먹지 말라는 것이다.


아토피 환자만 그러할까. 일반인들도 헷갈리는 건강 상식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우유는 어떠한가. 뼈 건강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과 호르몬을 교란해 좋지 않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의사,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고, 나라마다 다르다. 그럴 때 우린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게 좋을까? 내 생각은 이렇다.


 매일 안 먹고 가끔 먹으면 된다.



중증 아토피는 우울증이 동반하기 쉬워 멘탈 관리도 잘해야 한다. 그래서 ‘멘토’ 역할을 해주실 주치의를 잘 만나야 하는데 나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한 분을 만났다. 그분이 권하는 식단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아토피 식단>

*아주 심할 때(진물)- 식단에서 단백질, 지방을 뺀다.
*심할 때(각질)  - 단백질을 조금 빼고, 지방을 뺀다.
*덜 심할 때(가려움)- 지방을 뺀다.     


단백질과 지방은 우리 몸에 필요하지만, 가려움을 유발하기 쉬운 성분이다. 증상이 가라앉을 때까지 안 먹어도 안 죽는다. 나는 이 세 가지 방식을 지키며 차츰 아토피의 고통에서 해방됐다. 완치는 아니지만 단계에 따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그동안 별짓을 다했다. 홍삼, 녹즙, 맥주효모, 유산균, 야채수, 황태, 알칼리수를 매일 먹을 바에 쌀밥에 김을 싸 먹어라.

     

가끔 ‘아토피에 뭐가 좋다더라’ 하는 말을 듣고 흔들릴 때면, 나는 어김없이 멘토 샘에게 여쭈어본다.     


“선생님, 000이 좋다는데 꾸준히 먹으면 도움이 될까요?”

“무언가를 꾸준히 먹을 생각 자체를 마세요. 최대한 안 먹는 게 좋아요”     


우리는 건강해지려고 더할 생각만 한다. 먹지 말라는 것만 안 먹어도 건강할 수 있는데. 일부러 돈 들이고, 정성 들여서 먹을 생각만 한다.      


그런데 먹지 말라는 게 너무 많으면 또 스트레스다. 그러니 가끔씩 치팅데이를 즐기는 간헐적 단식이야말로 평생을 실천할 수 있는 건강법, 아니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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