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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Jan 29. 2020

괜찮은 요가원을 고르는 TIP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확실한


20대 후반부터 운동에 재미를 붙이고 꾸준히 하고 있다. 다양한 실내 운동에 도전하다 보니 클라이밍 짐이나 피트니스 클럽, 요가원 등을 잘 골라야 다.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괜찮은 센터를 알아보는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다. 운동을 하는 장소는 기본적으로 '생명'을 살리는 곳이다. 센터장의 마음가짐과 철학이 중요하다. 조금만 실내를 관찰하면 쉽게 힌트를 얻을 수 있다.


2년 전쯤, 회사 근처에 새로 오픈한 필라테스원에 등록하러 다. 세련된 인테리어에 최신 기구들, 개인 샤워실까지 구비한 곳이었다. 나는 우선 1일 체험권을 끊었다. 그런데 의아한 점이 있었다. 아무리 하루라고는 하지만, 내 몸 상태를 전혀 묻지 않는 것이었다. 평소 운동을 했는지, 필라테스는 처음인지, 전에 다치거나 수술한 적이 있다든지 같은 것도 묻지 않고 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마치고 나오는데 마음에 걸리는 게 또 있었다. 분홍색 리본을 단 개업 화분들이 온풍기의 뜨거운 바람을 맞으며 휘청이고 있었다. 테이블야자의 잎 끝이 말라있었고, 웬만해서 죽지 않는다는 스투키조차 오동통한 몸통이 홀쭉하게 시들해져 있었다.


아무리 생존력이 강한 식물이라도 간접 광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물을 줘야 한다. 식물은 인테리어 장신구가 아니다. 엄연히 살아있는 생명이다. 식물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곳에서 무슨 사람 몸을 다룬다는 걸까. 패키지 이벤트로 회원 유치에만 열을 올리는 그곳에 실망하여 석 달만에 그만두었다.


다음으로 다닌 헬스장도 마찬가지였다. 정수기 위에 올려놓은 화분은 몇 달째 포장 비닐도 벗겨내지 않고 방치돼 있다가 결국 죽었는지 치워졌다. 트레이너가 10명 정도 됐지만 아무도 화분이 눈에 보이지 않는 듯했다. 정수기 앞에는 일회용 종이컵이 저분하게 쌓여있었다.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았는지 화장실 앞에 진열해 놓은 대형 나무 화분들도 빛을 보지 못해 곧 낙엽이 지기 시작했다. 그곳 역시 회원의 운동 동기나 몸 상태보다는 PT유치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 후로도 나는 괜찮은 운동(과 운동 장소)을 찾는 여정을 계속했다. 어느 날 기존 회원의 양도로 한 요가원을 만났고, 이곳에서는 일 년 넘게 정착 중이다. 창가에 옹기종기 늘어놓은 식물은 항상 생기가 돌았고, 실내인데도 불구하고 꽃을 피우기도 했다. 정수기 앞에는 다회용 컵이 준비돼 있었다. 보통 이런 센터 원장은 믿을 만하다. 회원을 돈으로 보지 않고, 진심으로 대하며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실력은 말할 것도 없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이 꼰대스러운 말은, 사실 생활 속에서 꽤 유용하다. 특히 우리 몸과 관련해서는 더 그렇다. 오늘 먹은 음식이 현재 내 건강상태와 체형을 말해주듯, 운동 환경은 그 공간의 주인보여준다. 단순히 몸을 움직이고 땀만 빼고 가는 용도로 생각하는 곳에서는 운동 효과를 제대로,  오래도록 누리기 힘들다. 운동을 할 장소는 마땅히 살아 숨 쉬어야 한다.


최신 시설과 세련된 인테리어로도 삭막한 마음가짐을 가리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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