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아침마다 꼬마김밥을 말까

딸에게 밥을 먹이는 신박한 방법

by 글밥 김선영


아침 출근시간 팽팽한 대결의 주인공, 잠 VS 밥! 승자는 언제나 잠이었다. 출근시간이 그리 이른 편도 아닌데 나는 유독 잠 욕심을 냈다. 아침 7시면 어김없이 주방에서 나는 '덜그럭 덜그럭' 소리. 엄마가 아침을 차리는 소리다. 잠깐 귀가 열렸지만, 나는 곧 머리 위로 이불을 끌어올린다.



꾸꾸가 맛있는 백미밥을 완성했습니다. 꾸꾸!


밥이 다 됐다는 소리가 나면, 이어서 '쿵쿵쿵' 아빠가 주방으로 걸어가는 발소리가 들린다. 엄마 아빠가 식사를 하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시는 동안 나는 기필코 더 자겠다며 번데기처럼 이불을 휘감았다. 두 시간여를 더 뒤척이다가 어쩔 수 없이 일어난다. 머리를 감고 초간단 화장을 한다. 선크림을 바르고 눈썹을 그리면 끝! 머리를 대충 말리고 주방으로 향한다. 이미 아침 식사가 치워진 식탁 위에는 엄마가 말아놓은 꼬마김밥 몇 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한 입에 쏙 들어가는 그 앙증맞은 김밥을 집어먹으며 출근 준비를 하곤 했다.

엄마의 꼬마김밥엔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지만 담백하고 자꾸만 당기는 맛이 있다. 나는 소금과 기름이 발라져있지 않은 '맨 김'으로 싼 그 김밥을 좋아했다.


<엄마의 꼬마김밥 레시피>

1. 가스불로 양면을 구운 바삭한 마른김을 손바닥 크기로 자른다.

2. 갓 지은 쌀밥을 한 숟가락 올려 고르게 편다.

3. 양념간장이나 멸치볶음, 씻은 김치 등을 올린다.

4. 엄마의 야무진 손끝으로 꼼꼼하게 말아준다.

5.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나 미소된장국을 곁들이면 금상첨화!


나는 특히 통깨와 참기름이 듬뿍 들어간 '양념간장'을 넣은 꼬마김밥을 좋아했다. 가장 클래식하면서도 엄마 손맛이 제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양념간장 맛은 집집마다 다르다. 다진 마늘과 쪽파, 고춧가루와 참기름 양의 비율을 보통 눈대중으로 맞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엄마가 만든 양념간장은 엄마만의 고유한 맛을 가장 확고하게 드러낸다.


내가 하나를 집어먹으면 엄마는 하나를 더 만다. 방에서 눈썹 한쪽을 그리고 나와 또 하나를 집어먹으면, 엄마가 하나 더 만다. 엄마는 그렇게 실시간으로 식탁에 앉아 꼬마김밥을 충전해줬다. 나는 밥 먹을 시간이 없다며 그냥 나가겠다고 하면서도 그렇게 말아주는 김밥은 또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따지고 보면 제대로 앉아서 밥을 먹는 시간과 비슷했다. 어느 정도 배가 차면 나는 마지막 남은 꼬마김밥 하나를 우물거리며 집을 나섰다.





안 그래도 바쁜 아침, 엄마는 딸을 억지로 깨우는 대신 밥을 두 번씩 차렸다. 나의 먹는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바쁘게 꼬마김밥을 말던 엄마의 야무진 손끝을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이 저릿하다.


지금은 출가해 엄마와 떨어져 살지만, 내가 친정에 가는 날이면 엄마는 어김없이 잘 구운 마른김을 잘라서 챙겨주신다. 집에서 반찬이 딱히 없을 때 나는 그 김 덕분에 끼니를 챙긴다. 물론 내가 만든 양념간장은 엄마의 황금 비율 간장 맛보다는 훨씬 못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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