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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Aug 26. 2019

아프니까 운동이다

안 아프면 산책이다


내가 요즘 푹 빠져있는 운동(수련)은 ‘아쉬탕가’라는 요가다. 한때 이효리가 자신의 수련 모습을 SNS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요가는 모두 정적이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아쉬탕가는 특히나 역동적인데 1시간 하고 나면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이마를 타고 내려온 땀방울이 눈썹에 매달려 달랑거린다. 손바닥은 오일을 바른 듯 미끌거려 다운 독(개가 기지개를 펴듯 엎드린 자세)을 하기가 힘들 정도다. 땀이야 씻으면 그만이지만 참기 힘든 건 통증이다. ‘몇 주 지나면 익숙해지겠지?’ 하는 나의 생각은 완벽한 착각이었다.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매일매일이 통증으로 새롭다.      


출처: Pixabay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했던 운동이 대개 그랬다. 3년 정도 클라이밍을 했는데 할 때마다 온몸이 아팠다. 벽에 매달려있을 땐 집중하느라 잘 모른다. 다음 날엔 어김없이 팔뚝, 엉덩이, 옆구리 갈비뼈 한 줄 한 줄까지 욱신거렸다. 퇴근 후 크로스핏을 할 때는 매일 밤 택시를 타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문득 한 유튜버 의사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여러분, 다이어트한다고 러닝머신에서 30분 뛰고 상쾌하다고 뿌듯해하시죠? 그건 운동이 아니라 산책이에요. 살 빼려면 상쾌하면 안 돼요, 숨도 못 쉬게 고통스러워야 합니다.”     


살 빼려고 하는 운동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제법 제대로 운동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운동 목적은 매일 조금씩이라도 발전하는 데 있었으므로.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운동의 본질과 삶의 태도를 곱씹게 됐다.

     

알렉스 허친슨의 <인듀어>에는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인 육상선수, 극지 탐험가, 프리다이버 등 운동선수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최고의 기록을 깨기 위해 그야말로 자신을 갈아버릴 정도로 훈련을 한다.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는 건강을 지키고 싶어서, 누구는 취미로 즐기려고 할 것이다. ‘운동선수’라면 업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알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지구력’이라는 비밀스러운 잠재력에 대해서 말이다.     

출처: Pixabay

저자는 달리기 선수 출신의 물리학 박사다. 그 자체가 지구력과 싸워온 사람이라 내용이 더욱 믿음직스러웠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과학자와 운동선수를 만나 인간의 한계를 탐구했고, 이를 3부로 나눠 책 속에 담았다. 1부에서는 ‘지구력’에 의문을 던진다. 2부에서는 ‘무엇’이 인간을 포기하게 만드는지, 3부에서는 ‘한계의 벽을 깨는 인류의 도전’으로 뇌의 가소성과 성장형 사고방식을 다룬다.     


나는 2부를 특히 흥미롭게 보았다. 통증, 근육, 산소, 더위, 갈증, 연료(특히 탄수화물의 중요성)등 운동을 이어나가는, 혹은 포기하게 만드는 요소를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나는 운동과 통증을 달고 사는 사람으로서 이 부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렇게 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지구력을 키우려면 통증을 참아야 한다. 책에는 몇 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소개한다. 운동선수들은 일반인보다 얼음물에 손을 넣고 2배 이상 오래 버텼다고 한다. 운동이란 어쩌면 고통을 참는 일인지 모른다. 다행인 점은 고통을 참는 능력은 내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쉬운 훈련은 백번 받아야 소용없다. 간헐적으로라도 고난도 훈련을 받은 그룹이 통증 내성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고난도 훈련 그룹 통증 내성 41% 증가 / 쉬운 훈련 그룹 통증 내성 변화 無)     


그렇다면 지구력이란 무엇일까? 과학자 새뮤얼 마코라는 이렇게 정의한다.


그만두고 싶다는 욕망과 계속해서 싸우며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힘!

지구력을 결정하는데는 여러 요소들이 작용하지만, 이 책을 읽고 특히 중요하게 느끼는 바가 있다.

     

첫 번째는 페이스 조절이다.


"달리기 선수들은 모두 구두쇠다. 그들은 가진 자원을 아끼고 또 아끼며, 앞으로 써야 할 에너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끊임없이 계산하며 달린다. 그들의 최대 목표는 결승선을 통과하는 바로 그 순간 남은 에너지를 마지막 한 푼까지 소진하는 것이다."

존 파커 주니어 <달리기의 추억>     


두 번째는 심리적 장벽을 없애는 일이다. 마라톤을 비롯한 많은 스포츠 경기에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인간의 한계라고 여겼던 기록을 누군가 깨면 가까운 시일 내 다른 선수들이 연달아 그 기록을 달성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잠재력을 가로막던 정신적 장애물이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저자는 인간이 포기하게 만드는 게 배고픔, 목마름, 젖산(피로물질) 축적 자체가 아니라 뇌가 그러한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마라톤 선수가 탈수를 예방하려고 주기적으로 물을 마시듯, 지구력을 유지하려면 수분 섭취는 필수다. 그런데 ‘수분의 양’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양의 물을 보충해도 입으로 마시는 것이 코에 삽입된 관으로 수분을 충전해줬을 때보다 더 오래 버텼다. 목구멍으로 넘기는 행위 자체가 ‘물을 마셨다’라는 심리적 안도감을 줬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책은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을 다방면으로 조명하며 한계의 본질에 접근한다. 저자가 명쾌한 방법이라고 인용한 생리학자 마이클 조이너의 ‘한계를 극복하는 법’을 내 나름으로 해석해보았다.     


<한계를 극복하는 법>


1. 아주 긴 거리를 달려라

: 그냥 긴 거리가 아닌, ‘아주’ 긴 거리다. 아주 긴 거리는 임계점을 돌파하는 충분한 양을 뜻한다. 그만 지속하고 싶은 욕망을 잘 다스려야 한다.


2. 때로는 원래보다 빨리 달려라

: 늘 같은 속도로 달리면 현상유지다. 고통스러워야 발전한다. 하지만 매일같이 고통스럽게 살 수 없으니 ‘종종’ 나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여보자.     


3. 가끔은 쉬어 가며 달려라

: 한때 클라이밍에 빠져 매일같이 실내암장을 갔을 때 실력이 오히려 줄어드는 걸 느꼈다. 근육이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아 근 손실이 온 거라고 한다. 휴식도 중요하다. 할 때는 빡세게 하고 잘 쉬어야 한다. 무엇보다 잘 먹어야 한다.



운동이나 지구력만 그러할까? 운으로 벌어들인 ‘하우스 머니’는 쉽게 날리듯, 벼락치기로 외운 영어는 금방 까먹듯, 서평을 안 쓴 독서는 돌아서면 내용을 잊어버리듯. 우리는 땀을 흘리고 고통스럽게 ‘나를 통과해야만’ 원하는 바를 이루며, 온전한 실력을 얻을 것이다.



Q.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여본 경험이 있나요?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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