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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Sep 02. 2019

'결정 장애'를 부르는 3가지 함정

이제 '자신 있게' 결정하라!


결정 장애가 심한 친구가 있다. 보통 이런 친구들은 중대한 사안보다는 사소한 일에 더 깊게 고민한다. 가령 점심메뉴를 고를 때.

     

# 점심시간 2시간 전

친구: “오늘 점심 순대국밥 어때? 음 카레도 좀 당기는데 어떡하지?”

나: “아직 점심시간 남았으니까 그때 끌리는 걸로 해. 난 둘 다 좋아.”     


# 대망의 점심시간

나: “정했어?”

친구: “순대국밥 먹은 지 너무 오래됐어 그거 먹자.”     


# 순대국밥집

나: “메뉴판 외우니?”

친구: “일반이랑 얼큰 순대국밥 중에 뭐 먹지, 고민되네.”

나: “니 어제 술 마셨다며? 얼큰한 거 먹어.”

친구: “오, 천잰데?”     


# 얼큰순대 한입 먹은 친구

친구: “아씨, 카레 먹을 걸.”     


나한테 왜 그래요?


사실 나는 카레도 일반순대도 얼큰순대도 상관없다. 특별히 날씨가 더워 냉면이 당기는 날이 아니라면, 멋진 남자와의 데이트가 아니라면 굳이 매일 먹는 밥 한 끼에 고민하진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인생을 살다 보면 중요한 결정을 해야 내려야 할 때가 있다. 조금 덜 중요한 결정일지라도 작은 결정이 모여 방향을 크게 바꾸는 일들도 꽤 많다. 아무튼 무언가를 ‘결정’할 때 후회가 없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에 대한 거의 모든 해법을 칩 히스·댄 히스의 저서《자신 있게 결정하라》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결정 장애자’들의 필독서이며 취업이나 결혼처럼 중대한 결정을 앞둔 사람, 하는 일마다 후회가 많은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북이기도 하다.      


“우리는 운전시간의 95%는 직진하지만
종착지를 결정하는 것은 방향 전환이다.”

-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     


저자는 올바른 결정을 내릴 때 방해가 되는 4대 악당의 정체를 밝히고, ‘WRAP프로세스’를 중심으로 우리가 선택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과 중시해야 할 점을 피력한다.

      

W : 선택 안은 정말 충분한가
      'Widen your option'

R : 검증의 과정은 거쳤는가
     'Reality-test your assumptions'

A : 충분한 심리적 거리를 확보했는가
     'Attain distance before deciding'

P : 실패의 비용은 준비했는가
     'Prepare to be wrong'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쓸데없는 고민으로 시간을 버리고, 확증편향(답을 정해놓고 유리한 조건만 찾는 행위)에 빠져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인간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을 정리해보았다.      


첫 번째 함정, 둘 중에 하나만 골라야 한다?

저자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라’라고 말한다. 우선 순대국밥과 카레 중에서 꼭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편견이 문제의 시작이다. 두 가지를 모두 맛볼 수 있는 푸드코트에 가서 두 메뉴를 시킨 뒤 나누어 먹는 방법이 있다.

     

선택지를 넓혀보는 건 어떨까? 술을 마셨으니 콩나물해장국이나 굴 국밥을 후보에 넣었으면 보다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렸을지도. 저자는 이사를 갈 집을 고를 때나, 채용면접을 볼 때 ‘아주 아주 마음에 드는 두 개의 선택지’가 나올 때까지는 후보를 두루 살펴보라고 권유한다.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말이다.     


또한 우리가 쉽게 빠지는 함정이 ‘가부 결정’이다. 한 가지 사항을 두고 오로지 ‘할까 말까’를 골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는 지금 ‘씽큐베이션’이라는 독서모임 그룹장을 맡고 있는데, 자기 계발이나 대인관계 면에서 매우 만족스럽다. 당연히 다음 달부터 새롭게 시작할 기수에서도 계속 참여하고 싶었다. 하지만 1년 전에 끊어둔 2주간의 유럽여행이 발목을 잡았다. 이 때문에 3달간의 독서모임을 포기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둘 다 놓치기 싫었지만 분명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인들에게 상의한 결과, 방법은 있었다. 그룹장보다 무게가 좀 덜한 부그룹장을 하고 오프 대신 온라인 참여로 하는 길이다. 게다가 그룹장을 멋지게 잘해줄 능력있는 동료가 곁에 있었는데 이를 놓치고 있었다. 결국 나는 다음 기수 독서모임에서 부그룹장을 하고, 유럽여행도 가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두 번째 함정, 내 경험으로만 결정해야 한다?

‘결정 장애자’의 두 번째 착각은 고민을 오롯이 내 안에서만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저자는 널리고 널린 비슷한 선례를 찾으라고 말한다.


책에 나오는 수영복 신소재 개발 예시가 재밌었다. 지금처럼 전신 수영복이 없던 예전에는 물의 저항을 덜 받는 신소재를 개발하려고 애를 썼다고 한다. 마침내 수영 기록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신소재를 개발한 기업이 있었는데, 바로 ‘상어 피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 무언가를 더 빠르게 만들려면, 빨리 움직이는 것들에 시선 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속에서 빨리 움직이는 상어의 피부를 관찰하자 비늘모양이 한쪽으로만 향해 있음을 발견했다. 진행방향과 반대방향에서 오늘 물살을 막아주는 원리다. 이처럼 우리는 고민이 될 때 비슷한 맥락이나 선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음을 기억하자.     


세 번째 함정, 지금 당장 모든 걸 결정해야 한다?

지금 당장 결정하고 모든 걸 실행해야 한다는 착각도 조심하자. 저자는 중대한 결정을 하기 전에는 가설을 검증해보는 몇 차례 작은 실험, ‘우칭(Ooching)’을 권한다. 쉽게 말해 발가락만 우선 담가보라는 거다. 진로를 결정할 때, 직감이나 풍문에만 의존하지 말고 직접 그 분야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해보고 적성이 맞는지 보라는 것이다. 위험부담을 안고 이사를 멀리 가려고 할 때 당장 집을 살 게 아니라, 몇 달 간만 월세로 살면서 정말 이곳이 살기 괜찮은 곳인지 미리 경험해보고 사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감정에 휘둘리는 것도 위험하다. 저자는 감정적으로 결정하지 않는 방법 중 하나로 ‘수지 웰치’의 <10-10-10 기법>을 소개한다. 우리의 결정을 세 가지 시간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결정장애가 왔을 때 써보세요! 

"10-10-10 기법"

  - 나는 10분 후 이 선택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낄까?

  - 지금으로부터 10개월 후에는?

  -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에는?     


순대국밥과 카레 중 순대국밥을 택한 후 10분 후에는 후회할 수 있다. 하지만 10개월이나 10년 후에, ‘아 내가 그때 카레를 선택했어야 하는데.’하고 땅을 치며 후회할까? 이 공식에 대입해보면 생각보다 우리가 쓸데없는 고민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선택을 하는 더 명쾌한 방법도 있다.     


“만일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뭐라고 조언할까?”     


이처럼 이 책은 우리가 좀 더 쉽고 자신 있게 결정하도록 도움을 주는 다양한 방법을 온맘과 정성을 다해 설명해준다. 그러면서 결론을 내리는데, 이 결론이 좀 멋지다.     


성공은 우리가 하는 '결정의 질'과 우리가 받는 행운의 양에 달려있는 법이다.
(즉 결정을 잘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 필자 추가)
프로세스는 자신감을 안겨준다. 한쪽에 치우친 정보를 모으거나 미래의 불확실성을 무시하지 않고, 자신이 최고의 결정을 했음을 아는 데서 오는 자신감!

- 칩 히스·댄 히스《자신 있게 결정하라》中


어떤 결정을 할 때 분석에만 몰두하지 말고, 분석하는 과정에 함정은 없는지 잘 살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철저한 과정을 거쳤다면 더 이상 찜찜해하거나 망설이지 말고 자신 있게 밀고 나가면 된다. 그 자신감에는 근거가 충분했으니까!






Q. 중대한 일을 결정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점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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