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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Nov 08. 2019

내 정신만큼 산만한 글쓰기

엉덩이가 가벼운 작가?


자고로 작가라 하면! 진득하게 앉아서 멋진 첫 문장을 뽑아내려고 몇 시간씩 끙끙거리기도 하고, 다음 문장이 나올 때까지 머리를 쥐어짜는(책상 주변에는 구겨버린 종이로 가득), 그런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그에 비하면 나는 참 촐싹 맞은 작가다. 누군가 내가 글을 쓰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다면 ‘저거 뭐하는 짓이지?’할지도 모른다.


한 마디로 산만하다. 나는 글을 쓸 때 순서대로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물론 대략의 구성은 잡아놓는다. 하지만 그 구성을 ‘순서’대로 쓰진 않는다. 예를 들어, ‘90년생이 온다’라는 주제로 글을 쓴다고 하자.   


1. 90년생이 화두다

2. 무엇이 다른가

3. 그들에게 회사란?

4.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이렇게 네 가지 소주제를 잡고 차례대로 쓰지 않는다. 가령 3번부터 썼다가 2번을 쓰고 다시 4번을 넘어가는 식이다. 여기서 끝이라면 산만하다고 말할 수 없다. 3번을 다 쓴 다음에 2번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다. 3번을 두 줄 정도 썼다가 막히면 쉽게 포기해버린다. 어디 2번으로 가볼까? 2번을 술술 쓰다가 또다시 막다른 길에 다다른다. 그러면 고민하는 대신 4번에 가서 집적거려 본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 문서 파일이 두 개 이상 열려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여러 종류의 글을 동시에 쓰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가 글을 어느 정도 완성했는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방송 글을 쓸 때도 짝꿍 피디가 “글 얼마나 됐어요?”하면, 그제야 ‘가만.. 이게 얼마나 쓴 거지?’ 하고 분량을 가늠해보곤 했다. 이렇게 산만하게 글 쓰는 방식이 옳다는 건 아니다. 사람마다 스타일과 집중력이 다를 테니 말이다. 다만 ‘산만한 글쓰기’에 몇 가지 장점이 있어 소개하고 싶다.


첫째, 예상했듯이 고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고민은 한 번 시작하면 보통 멈추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눈 깜짝할 새 흘러 어느새 마감시간이다.  하지만 잠시 다른 글에서 놀다(?) 오면 번뜩! 하며 적당한 문구나 내용이 떠오르기도 한다.


둘째,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쓰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샘솟는다. 에세이, 구성안, 서평을 비슷한 시기에 마감해야 한다면? 나는 하나 씩 완성하는 대신, 종류가 다른 글을 오락가락하며 동시에 쓴다. 뇌가 유연(?)해지면서 서평에서 쓰려고 했던 인용구를 에세이에 담아보기도 하고, 구성안에 담고자 했던 내용에서 영감을 얻어 에세이에 녹인다. 상호작용하며 서로의 글을 돕는다.


셋째, 덜 지루하다. 매일같이 일필휘지 하기는 힘들다. 어떤 날은 체한 것처럼 꾸역꾸역 글을 이어가야 할 때가 있다. 이글 저글 들락거리면서 쓰다 보면 덜 지루하고, 어느새 마지막 문장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글 쓰는 방법은 작가의 수만큼 다양하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아직 찾지 못했다면 ‘산만한 글쓰기’가 의외로 잘 맞을지도 모른다. 글이 막힐 때는 한 번쯤 시도해보는 게 어떨까?





Q. 글이 막힐 때는 보통 어떻게 하시나요? 작가님만의 노하우를 댓글에 달아주세요!






다음 매거진 글은 'dahl' 작가님의 <아, 사실 제가 의도한 건 그게 아닌데요>입니다.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독자가 받아들인다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내일 오전 10시에 만나보세요~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 하지만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할지 막막하시다고요?  <<매일 쓰다 보니 작가>> 매거진을 구독하세요. 꾸준하게 글을 쓰며 자신만의 무기를 다진 6명의 작가가 동기부여를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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