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라이벌

by 파이어

서울 시민아파트는 내가 어릴 때 살던 곳이다. 복도식 아파트였던 우리 집앞 난간에 빨랫줄을 걸어 온갖 종류의 빨래를 널었다. 더운 여름에는 문을 열어놓고 발을 쳐놓아, 맞바람으로 집안 공기를 식혔다. 각 세대의 화장실은 복도 한편에 모여있어 자기 집 화장실은 자물쇠로 걸어두고 관리하였다. 겨울이면 초등학생 아이들은 그곳에 모여 딱지치기, 제기차기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그곳에서 놀았다. 대부분 아이들이 같은 학교를 다니는지라 반, 번호, 성적도 대강은 알고 있었다. 내 친구 윤영이는 언제나 함께 하는 단짝친구였다.

윤영이와는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그 친구는 의견이 달라도 무조건 자기 의견에 동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자주 다투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나쁜 년!”이라고 욕하며 한 달은 본체만체하기도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서로를 비교하게 되고 윤영이한테는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겼다. 학교 성적에서 밀리고 싶지 않아 더 공부를 했었다. 단원 평가나 중간고사, 심지어 발표하는 것까지 더 잘하고 싶었다. 윤영이 덕분에 공부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교무실 심부름조차도 보란 듯이 고개를 세우고 의기양양했다. 윤영이는 나의 라이벌이었다.

라이벌은 큰 도움이 된다. 라이벌 친구와 비교하면서 나의 단점을 보완하게 되고 그 친구의 우수한 점을 본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나의 성장을 돕는다. 나와 비슷한 성적이었던 윤영이 덕분에 나는 앞지르기를 할 수 있었다. 비교는 성장을 돕고 변화를 가져온다. 라이벌도 비교도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누군가의 강압에 의한 비교는 오히려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다른 집 아이는 그랬다더라, 누구는 이랬다더라.” 는 어머님표 카더라 뉴스다. 어머님들의 ‘카더라’ 뉴스는 오류가 많다. 다른 집 아이가 성적이 좋고 성공한 것은 결과만 존재한다. 그 과정은 알지 못한다. 내 아이의 높은 성적과 성공을 바란다면 스스로 선택한 것을 응원하고 믿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농익어가는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