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쟁토론의 무한 매력
“책을 읽은 뒤 최악의 독자가 되지 않도록 하라. 최악의 독자라는 것은 약탈을 일삼는 도적과 같다. 결국 그들은 무엇인가 값나가는 것은 없는지 혈안이 되어 책의 이곳저곳을 적당히 훑다가 이윽고 책 속에서 자기 상황에 맞는 것, 지금 자신이 써먹을 수 있는 것, 도움이 될법한 도구를 끄집어내어 훔친다. 그리고 그들이 훔친 것만을 마치 책의 모든 내용인 양 큰소리로 떠드는 것을 삼가지 않는다. 결국 그 책을 완전 히 다른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물론, 그 책 전체와 저자를 더럽힌다.”<니체>
독서를 즐겨하는 독자로서 감동을 받고 그들의 인생사에서 교훈을 얻는다. 그것이 예전에 독서 방법이었다. 독서논술 수업을 시작한 이후 글쓰기와 토론 공부를 통해 그것이 아님을 서서히 깨달았다. 니체의 말처럼 나는 약탈자였다. 좋은 문구를 훔치고, 인물의 감정을 도둑질했다. 작가의 생각을 한쪽으로 몰아넣으며 궁지에 빠뜨렸다. 그때는 그것이 잘못된 일인 줄 몰랐다. 많은 사람들과 ‘비경쟁토론’을 하기 전까지 말이다.
토론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우리에게 주로 알려진 토론의 방식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양쪽이 치열하게 자신들의 견해를 피력한다. 심지어 팀을 양갈래로 나누고 어떤 팀이 더 설득력 있게 말했는지를 두고 점수를 매긴다. 경쟁이다. 설득력 있는 근거를 더 많이 뒷받침하고 논리적으로 말해야 한다. 승패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입씨름도 한 몫한다. 끝나고 나면 후회와 반성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그곳에서 탈출하는 토론이 ‘비경쟁 토론’이다. “공감한다.” “공감하기 어렵다.”면 된다. 네가 맞고 내가 틀리고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편을 가르거나 의견을 가르지도 않는다. 논제에 대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다. 자연스럽게 나와 다른 입장의 의견들을 받아들인다. 신기하게도 다른 의견들과 나의 의견이 더해져 나의 사고가 확장된다. 이것이 비경쟁 토론의 매력이다. 독서토론이 다른 사람의 의견과 가치관을 공유하고, 책을 더 입체적으로 읽는 독후활동이 된다.
처음에는 배우는 입장에서 토론이었다면 이제는 토론을 진행하고 이끄는 사회자로서 논제를 만들고 ‘실익’을 따지며 독서를 한다.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고 물음표나 느낌표, 간단한 나의 생각을 쓴다. 그리고 포스트잇 플래그로 표시를 해둔다. 감동적인 문구는 초록색, 중요한 메시지는 파란색,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싶은 부분은 핑크색, 뭔가가 있는 것 같은 부분은 보라색 등 다시 펼쳐보고 찾을 수 있도록 표시한다. 그리고 독서 노트를 쓴다. 인상적인 문장을 발췌하고 이런 말을 왜 했을까? 고민해 본다. 더디게 책을 읽게 되긴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예전에 그 책에서 작가가 아니 주인공이 이 상황에서 이런 말을 했었어.”하고 독서노트를 찾아보면 “유레카!”하며 탄성을 지른다. 그러니 독서노트를 안 쓸 수가 없다. 그것을 토대로 논제를 만들며 깊이 있는 읽기가 되고 토론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경쟁 토론’과 ‘비경쟁 토론’ 은 분명 독서를 깊이 있게 하게 한다. 두 방법의 토론이 어떤 것이 옳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경쟁 시대에 내가 좋아서 즐기는 독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OX퀴즈 풀듯 하는 것보다는 의견을 공유하고 사고의 확장을 도와 나를 사유하게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승패로 얼굴을 붉히기보다 이야기에 몰입하고 의견을 나누어 자연스럽게 타오른 내 얼굴이 더 좋지 않을까? 이제부터 다양한 책과 비경쟁 토론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고 판단해 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