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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어 Apr 15. 2024

유리 같은 말과 거울 같은 글

투과와 반사

듣고 싶은 말과 듣고 싶지 않은 말은 귀로 머리로 전달된다. 언어로 되어 있는 말은 우리에게 거칠 것 없이 전달된다. 마치 유리처럼. 유리는 모든 것을 투사한다. 보이고 싶지 않은 것도 유리는 통과시켜 그대로 드러낸다. 유리에 담긴 내용물은 그 특유의 성질 즉 비침 때문에 모두 속이 드러난다. 말도 그 사람의 기분을 그대로 보여준다. 거르고 감추고 싶은 것도 말은 숨기지 못한다. 말은 하는 사람의 욕심과 애정, 분노 등 모든 감정을 내뱉으며 다른 누군가에 게 부딪힌다. 그리고 상대를 불쾌하게 하기도 하고 부끄럽게 하기도 하며 화가 나게 하기도 한다.

글은 나를 비추지만 여실히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글 속에 나의 감정을 숨기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한다. 유리의 사촌 격인 거울은 모든 것을 반사시킨다. 유리의 뒷면에 수은을 입혀 거울이 된다. 거울을 오래 들여다보면 거울 속의 또 다른 면도 눈에 들어온다. 글 또한 그렇다. 글을 읽고 또 읽으면 글이 품은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다. 오래 음미하면 읽은 글은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거울 속 미지의 세계처럼 말이다. 거울은 좌우를 반대로 보여주 기도 한다. 글 또한 나를 보여주는 듯 하지만 또 다른 나를 보여줄 때가 있다. 그리고 더 나다운 나를 만나게 되기도 한다. 그것을 우리는 성찰이라고 한다.

글은 생각을 깊게 하게 하고 정리하게 하며 나를 들여다보게 한다. 내가 알지 못했던 나를 깨닫게 하는 글은 내면의 나를 잘 알게 한다. 읽어야 알 수 있는 글과 들어야 알 수 있는 말 은 유리와 거울처럼 서로의 그림자다. 항상 함께 하고 따라다니며 서로를 비춘다. 그리고 떨어질 수 없으니 서로를 발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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