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대전 (大戰)

by 파이어

먹는 대로 저장이 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먹으면 모두 살이 되어 내 몸에 켜켜이 쌓인다. 내 일생일대의 최고치를 찍을 듯 몸무게의 숫자가 하늘 높이 치솟는다. 아뿔싸! 이러다 곧 굴러다니게 생겼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보인다고 했던가 내 몸이 커지고 둔해짐에 우울했다. 나는 라면을 좋아하고 맥주를 사랑한다. 그것이 나의 약점이다.


나는 라면을 무척 사랑한다. 꼬들꼬들 면발에 매콤하고 짭조름한 냄새는 생각만 해도 군침이 싹 돈다. 생각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데 냄새의 유혹까지 더해지면 한 젓가락 안 할 수가 없다. 라면에 반숙 계란과 체더치즈 한 장을 올리면 꾸덕꾸덕한 노른자와 치즈가 국물을 잔뜩 머금은 면발과 함께 깊은 맛이 난다. 후루룩후루룩 허겁지겁 먹고 나면 만족감에 엔도르핀이 솟는다. 순식간에 라면 한 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그러니 어쩌랴. 뱃살에 쌓이는 이 탄수화물을. 이것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내 몸의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


그리고 또 하나 맥주. 더운 여름이 왔으니 더 간절해진다. 살얼음 컵에 가득 채운 맥주는 보는 눈을 시원하게 하고 청량감 있는 소리와 함께 마시면 목을 타고 뱃속까지 전해지는 그 짜릿함은 내 몸을 더위로부터 깨워준다. 그 맥주가 한 잔 두 잔 술술술 들어가 어느새 배는 언덕에서 산으로 성장한다. 이 배를 어찌할 것인가.

이 두 가지를 끊어야 한다. 이것이 다이어트 해결 답안이다. 크게 마음을 먹고 다짐을 하며 과감히 절주와 라면 흡입을 중단했다. 그리고 오이 요리에 눈을 돌렸다. 한때는 오이값이 너무 비싸 엄두도 내지 못 했었다. 오이 하나에 천 원에서 천백 원꼴이니 어찌 먹겠는가 하지만 요즘은 많이 낮아져 육 백원에서 팔 백 원산으로 예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많이 내려갔다. 오이는 수분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거기에 비타민과 칼륨, 마그네슘까지 영양소가 풍부하여 다이어트에 최적의 식재료다.

인터넷에서 오이 요리를 찾아보았다. 다양하고 이색적인 오이 요리가 넘쳐났다. 이렇게 다양한 오이 요리가 있었는지 감탄스러웠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오이냉국, 오이소박이 정도인데 오이 계란 김밥, 오이 참치 김밥, 오이 샌드위치, 오이 샐러드 등등 색다르고 멋져 보이는 요리가 가득했다. 그중 오이 계란 김밥과 오이 참치 김밥을 선택하여 상을 차리기로 했다. 오이 요리는 오이를 최대한 얇게 썰어야 한다. 때로는 둥글게 때로는 길쭉길쭉하게. 얇게 썬 오이를 소금에 절여 물기를 꼭 짜고 양념하여 밥과 함께 섞는다. 계란은 스크램블로 한 후 김 위에 오이 밥을 얇게 깔고 계란을 듬뿍 올려 말면 끝이다. 거기에 계란 대신 기름을 쫙 뺀 참치마요를 올리도 색다른 이색 김밥이 된다. 오이의 상큼하고 짭조름한 맛과 계란이나 참치의 담백한 맛이 어우러져 김밥의 맛을 한층 끌어올렸다. 가족들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식욕을 돋우는 함정만 잘(맛있다고 많이 먹지 않아야 한다.) 피한다면 괜찮은 식단이다.


몇 차례 오이 요리를 먹은 식구들의 반응은 점점 비협조적으로 나왔다. 처음에는 색다른 맛에 호의적이더니 자주 오이가 등장하자 오이는 빼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치, 몸에 좋은 건데.’ 오이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요즘 핫하다는 오이 샌드위치를 했다. 길고 얇게 저민 오이를 만들기 위해 감자 깎는 칼로 한 땀 한 땀 아니 한 조각 한 조각 열심히 잘랐다.(채칼이 원하는 모양이 나오지 않아 선택) 그러다가 삐끗하여 오이가 아닌 내 손을 베어버렸다. 살점이 조금 떨어져 나갔다. 눈물이 찔끔 쓰리고 아팠다. 피 맛을 보았으니 더욱 애써 공을 들이며 만들었다. 식구들은 또 오이냐며 찡그렸지만 맛은 좋았는지 빠르게 소진되었고 흡족한 표정으로 맛있다고 했다. 그러나 당분간은 식단에서 오이를 빼달라는 말은 잊지 않았다.


씁쓸하지만 다른 식재료를 찾아 오늘도 웹서핑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핸드폰과 컴퓨터에서는 맛깔스러운 오이 요리를 알고리즘이 귀신같이 들이밀고 있다. 어쩔까나. 오이대전(大戰)의 승자는? 주방장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