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이 대책 없는 부부 덕분에

예수성탄대축일 / 마태오복음 1,1-25 또는 1,18-25

by 글방구리

여러분은 언제부터 성탄 분위기를 느끼시나요? 식당가에 산타클로스 인형이 등장할 때부터인가요? 아니면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요?


어렸을 때의 저는 성탄 카드를 만들고 결핵협회에서 발행하는 크리스마스 씰까지 붙여서 우체통에 넣고 나면 그때부터 이미 크리스마스였어요.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캐럴송이나 크리스마스 트리에 반짝이는 불빛을 보면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는 것만으로도 설렜어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거라는 날씨 예보가 있으면 또 얼마나 싱숭생숭했게요.

부모가 된 뒤에 크리스마스이브는 또 다른 의미로 가슴 두근거리는 날이었어요. 아이들에게 산타의 정체를 들킬까 봐서요.


올해는 성탄절이 월요일이에요. 직장인들은 사흘 연휴라서 마냥 신나겠지만, 성탄 대축일을 준비하는 성당은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날이 되겠네요. 주일이며,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에는 대림초 네 개에 불을 다 밝히는 대림 4주일 미사가 끝나기 무섭게 성탄 전야 미사 준비로 모드를 바꿔야 하겠지요. 대림 4주일, 성탄 전야 미사, 성탄 대축일 미사까지 이틀 동안 세 대의 미사에 참례하는 게 원칙이라고 하면, 저처럼 뜨뜻미지근한 신자들은 "이틀 연속 성당에만 가면 도대체 언제 놀 수 있지?" 하고 입이 좀 튀어나올 수도 있는 연휴입니다.


전례력에 보면 성탄 대축일에도 미사를 드리는 시간에 따라 봉독되는 복음 말씀이 다릅니다. 오전에 봉헌되는 대림 4주일 미사까지 합하면, 이틀 동안 묵상할 수 있는 복음이 다섯 개나 됩니다. 그러나 브런치 연재는 한 번! '우와! 골라, 골라~' 저는 그중에서 성탄 전야 미사에 봉독되는 마태오복음 1장을 골랐습니다. 재미없는 족보가 나오는 1절부터 17절은 생략하고, 짧은 독서만 옮겨 적어봅니다. 거두절미,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라고 깔끔하게 달려 있는 소제목만 봐도 성탄절 말씀으로는 적격인 듯 보여서요.


그런데 이 말씀을 찬찬히 읽어 보니, 주인공이 예수님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아버지 요셉이에요. 앞부분에 나온 족보 역시 쓸데없이 갖다 붙인 게 아닐 거라 생각하니, 복음사가는 '예수님은 어디에서 오셨는가?'를 에둘러 표현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사람이 하느님이 되어 오셨다'는 신비를 사람들에게 이해를 시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어요? 옛날에 어느 회장이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고 자사 제품을 소개해서 히트 쳤던 광고가 있어요. 그 표현을 빌리자면, "맞는데,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오신 게 정말 맞는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복음사가는 아기의 부모를 등장시키는 방법을 택합니다.


요즘 MBTI를 모르면 아이들과 대화가 잘 안 됩니다. 사람의 성격을 딸랑 16가지로 구분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각 유형의 특성을 생각하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동안 저는 막연히 성모 마리아는 내향성인 I, 요셉은 외향성인 E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 묵상을 하면서 오히려 성모님이 E형, 요셉 성인이 I형이라는 확신이 드네요.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고요? 제 얘기를 들어보시면 아마 동의하실 거예요.


우선, 하느님은 요셉에게 참 못할 짓(?)을 하신 거예요. 요셉이 누굽니까, 하느님을 공경하면서 의롭게 살던, 동네에서 목수일이나 하던 보통사람 아닙니까? 그런 요셉의 평범한 일상에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약혼녀가 아기를 가졌다니, 돌 맞아 죽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요셉은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1,19)고 조용히 처리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 요셉에게 하느님은 '꿈'을 통해 당신의 뜻을 넌지시 던져 줍니다. 그에 비해, 대림 4주일 복음 말씀인 루카 복음서 1장 26-28절을 보면, 마리아에게는 천사가 직접 나타납니다. 천사는 마리아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만 하지 않았고, 마리아도 천사와 적극적인 대화를 나눕니다.


하느님은 마리아는 마리아에게 맞는, 요셉은 요셉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셨을 겁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과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서 진리를 찾고 받아들이는 유형인 마리아에게는 천사를 보내셔서 통보하신 반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진리를 찾아가는 유형인 요셉에게는 꿈을 통해 통보를 하신 거지요. 요셉과 마리아는 자신들이 찾고 선택한 진리가 가져올 후폭풍은 짐작도 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소명을 받아들입니다.


예수님의 잉태가 현실화된 이후에도 마리아는 외향적인 성향을 발휘합니다. 비슷한 처지에 있던 사촌 엘리사벳을 찾아 나서는 거지요. 반면, 요셉은 그의 내향적인 성향대로 조용히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하느님의 뜻에 협조합니다. "아내가 아들을 낳을 때까지 잠자리를 같이하지 않았다"(1,24)라는 표현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사족이지만, 요즘도 성모님은 당신의 외향성을 발휘하여, 세계 곳곳에서 발현하고 계시잖아요. 루르드에서, 파티마에서, 과달루페에서. 하지만 요셉 성인은 어지간해서 사람들 앞에 직접 나서고 싶어하지는 않으신 듯해요. 아마 그분은 내향적 성격대로, 자신의 직무에 성실히 살아가면서 길을 찾아가는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길잡이가 되어 주고 계신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요셉과 마리아, 생각해 보면 참 대책 없는 부부입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돌 맞아 죽을지도 모르면서 냉큼 받아들이신 마리아와 자신의 핏줄도 아닌 아기를 자식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요셉은 닮아도 너무 닮았습니다. 더욱더 기막힌 것은, 이 대책 없는 부부에게 온 아기 역시, 정말 대책 없는 분이라는 데 있지요. 하느님이 어쩌자고 사람이 되어 오신답니까. 어쩌자고 인간의 생로병사를 몸소 겪으러 오신답니까. 종국엔 십자가에서 죽을 것도 알면서요.


어쨌거나 이 대책 없는 부부 덕분에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는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성탄절은 이 대책 없는 가정을 기억하는 날인 거고요. 그러니 임마누엘 하느님이 가장 잘 들어주시는 기도는 어쩌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주님, 저는 대책 없는 사람입니다.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제게는 당신 외에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그러하오니 당신의 부모, 요셉과 마리아처럼

하느님의 말씀만 듣고 따르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탄생하셨다.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요셉이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혔을 때,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하였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 곧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 하신 말씀이다.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 그러나 아내가 아들을 낳을 때까지 잠자리를 같이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들의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Jesu Geburt
Dies Geburt Jesu Christi geschah aber so: Als seine Mutter Maria mit Josef verlobt war, stellte sich heraus, bevor sie geheiratet hatten, daß sie schwanger war vom heiligen Geist. Ihr Mann Josef aber war rechtschaffen und wollte sie nicht in Schaden bringen; so nahm er sich vor, sich heimlich von ihr zu trennen. Als er das noch überlegte, siehe, da erschien ihm der Engel des Herrn im Traum und sagte: Josef, du Sohn Davids, fürchte dich nicht, Maria als deine Frau zu dir zu nehmen; denn was sie empfangen hat, das hat sie vom heiligen Geist empfangen. Und sie wird einem Sohn gebären, den sollst du Jesus nennen, denn er wird sein Volk von seinen Sünden retten. Das ist aber alles geschehen, damit erfüllt würde, was der Herr durch den Propheten gesagt hat(Jesaja 7,14): Siehe, eine Jungfrau wird schwanger werden und einen Sohn gebären, und sie werden ihn Immanuel nennen, das bedeutet; Gott mit uns. Als nun Josef vom Schlaf erwachte, tat er, wie ihm der Engel des Herrn befohlen hatte, und nahm seine Frau zu sich. Aber er behührte sie nicht, bis sie einen Sohn gebar; und er nannte ihn Jesus.
keyword
이전 04화성탄도 핑크핑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