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답이 있다?

연중 제4주일 / 마르코복음 1,21ㄴ-28

by 글방구리

어느 직장이라고 힘들지 않은 직장이 있겠습니까마는, 어린이집 교사도 만만치 않게 고된 직업이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자기 아이 하나 돌보는 것도 헉헉거리는데, 고만고만한 아이 여럿을 동시에 봐야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교사가 아이들의 성향이나 기질을 알게 되고 아이들도 교사를 믿게 되는 날이 될 때까지, 서로 라포가 형성되는 그 날이 오기까지, 아이들과 보내는 첫 달, 하루해는 무척 길기만 합니다.


이런 보육교사도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면, 한결 편안해지는 때가 옵니다. 하지만 이런 첫 달의 고난이 더 길게 지속되는 해도 있었는데요, 같은 방 동료로 '쌩 초짜 신입교사'가 들어왔을 때입니다. 경력교사는 동료를 얻었다는 든든함보다는 돌봐야 할 아이 하나(심적으로는 방에서 가장 힘들고 눈치 보이는 나이 많은 아이)가 늘었다는 부담을 느낍니다. 나를 전혀 모르는 이 사람이 나를 어떤 눈으로 볼 것인가, 내가 하는 교육활동의 의미를 이해할 것인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 동안 어떻게 협력해 갈 수 있는가, 하는 숙제를 안게 되는 것이죠.


신입교사는 그래도 양반입니다. 아무리 감이 떨어진다고 해도 몇 달 지나고 나면 일을 익히거든요. 신입교사보다 더 괴로운 파트너는 실습교사입니다. 돌봐야 하는 아이들과 불과 몇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대학생들, 아기를 돌봐 보기는커녕 자기 방 청소도 해본 적 없는 철딱서니를 배정받은 경력교사들의 고충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오늘 복음을 읽으며 예수님이 그런 경력교사의 심정이었겠다, 생각했습니다. "나만 믿고 따라와 볼래?" 하고 합류를 시키기는 했으나, 제자들은 그야말로 쌩 초짜들이었겠죠. 예수님은 그런 제자들에게 당신이 누구신지,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보여주고 싶으셨을 겁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데려가신 곳이 회당이었어요.


그런데 이 회당이라는 곳을 상상해 보니, 참 가관이네요. 천지사방에서 온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여 있기는 한데, 그들을 통솔하거나 이끌어 가야 할 율법학자들은 도무지 '말빨'이 서지 않는 사람들이군요. '권위가 없다'는 것은 무슨 말을 해도 먹히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겠어요?


게다가 회당 안에는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도 함께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약삭빠르게 예수님이 누구인지를 알아보기도 하는데, 예수님에게 소리를 지르며 분탕질을 합니다. 성서에 씌어진 내용으로는 회당이 율법서를 읽고 구약의 가르침을 전수하는 거룩한 장소라는 이미지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정신 사나운 난장판에 가까웠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득시글득시글하죠, 율법학자들은 듣는 이 없이 혼자 떠들죠, 더러운 영이 든 사람은 큰소리를 질러대죠, 그러더니 경련을 일으키죠, 이런 광경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와~!" 하고 놀라죠. 아비규환이 따로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제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성경에서는 제자들에 대해 한 줄도 남겨놓은 바가 없습니다. 짐작컨대 어리둥절하며 예수님이 하시는 일만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지 않았을까요? 경력교사가 손이 열 개라도 모자라게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 옆에서 뭘 해야 할지 모르며 지켜보고 있는 실습교사처럼요.


예수님은 왜 이런 일을 자초하셨을까 묵상해 봅니다. 단 한 번의 가르침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예수님의 권위라면 제자들에게 말씀으로 먼저 가르침을 주실 수 있었을 텐데요.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회당으로 데려가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우리가 살아갈 곳, 제자들이 결국 가야 할 곳은 말로 가르치는 회당이 아니라, 시장통 같은 '현장'이라는 것을 알려주시기 위함이 아니었을까요? 거룩한 사람만 모인 곳이 아니라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도 섞여 숨 쉬고 있는 현장이 하느님의 나라를 전해야 하는 곳임을 보여주시려는 뜻이요. 거기에서 우리는 "아무런 상관 없는 사람이 뭔 참견이냐?"는 배척을 받을 수 있고, 선의를 알아주지 않는 사람들이 있으며,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으며 기겁할 수도 있다고 맛보기를 보여주신 것이 아닐는지요. 하느님의 나라는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현장에 답이 있다고 알려주시려고요.


자신을 지지하고 환호해 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으면 마음이 편하겠지요. 자리에 조용히 착석해서 내 말을 들어줄 청중 앞에서 연설을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일지 모릅니다. 예상치 않은 질문이 나올까 봐 기자회견을 하지 못하는 지도자, 콘크리트 지지층이 사는 곳만 반복해서 방문하는 지도자에게서 사람들은 참된 권위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예수님을 닮은 지도자를 만나기 어려운 현실이라, 요즘 더 앞이 어둡고 마음이 답답한지도 모르겠네요.


회당에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시다
[그들은 카파르나움으로 갔다.] 예수님은 곧바로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셨는데, 사람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 그분께서 율법학자들과 달리 권위를 가지고 가르치셨기 때문이다. 마침 그 회당에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소리를 지르며 말하였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고 꾸짖으시니 더러운 영은 그 사람에게 경련을 일으켜 놓고 큰소리를 지르며 나갔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두 놀라,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이다. 저이가 더러운 영들에게 명령하니 그것들도 복종하는구나." 하며 서로 물어보았다. 그리하여 그분의 소문이 곧바로 갈릴래아 주변 모든 지방에 두루 퍼져 나갔다.


Jesus in Kapernaum
Sie gingen nach Kapernaum hinein; und gleich am Sabbat ging er in die Synagoge und lehrte. Und sie entzetzten sich über seine Lehre; denn er lehrte mit Vollmacht und nicht so wie die Schriftgelehrten. Und in ihrer Synagoge war ein Mann, besessen von einem Geist: der schrie sogleich: Was willst du von uns, Jesus von Nazareth? Du bist gekommen, um uns zu vernichten. Ich weiß, wer du bist: der Heilige Gottes! Jesus aber herrschte ihn an: Sei still und fahre aus von ihm! Und der unreine Geist riß ihn hin und her, schrie lauf auf und fuhr von ihm aus. Und sie entsetzten sich alle so, daß sie sich befragten: Was ist das? Eine neue Lehre in Vollmacht! Er gebietet den unreinen Geistern, und sie gehorchen ihm! Und die Kunde von ihm durchlief sogleich das ganze galiläische 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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