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찾듯이만 해도

부활 제5주일 / 요한복음 15,1-8

by 글방구리

솔직히, 저는 명품백이나 보석을 갖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게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에 대한 안목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왜 귀한지, 그걸 값비싸게 구할 만큼 어떤 값어치가 있는지를 영 모르겠어요. 물론 그걸 살 만한 돈도 없고요. 하지만 제게도 소유욕을 억누르기 힘든 물건들이 있으니, 전자기기와 책입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고?' 하는 호기심에서 촉발된 욕심 같습니다. 그러니, 십여 년 전쯤 전자기기와 책이 합해진 '전자책 리더기'가 출시되었을 때, 제가 얼마나 갖고 싶었겠어요. 모 사이트에서 예약구매를 걸어 놓고 기다리다가 마침내 손안에 넣었을 때의 기쁨이란!


그런데 막상 사용하려고 하니 넘어야 할 산이 있었습니다. 책을 다운받으려면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곳이 필요했는데, 당시만 해도 직장에 와이파이가 없었거든요(집에는 깔려 있었을 텐데 왜 집에서는 못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납니다ㅠㅠ). 어쨌거나 저는 틈만 나면 동사무소에 갔어요. 그곳에서는 눈치 보지 않고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 무렵 제 머릿속에는 '어디에 가야 와이파이가 잘 터질까?'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지난 십 년 동안 강산보다 더 급변한 게 통신환경입니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와이파이는 잠깐 타고 가는 버스 안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보편화되었고, 데이터와 음성통화와 문자 메시지를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요금제도 대중화되었습니다. 어쩌다 실수로 데이터 사용 환경에서 영상을 틀고는 다음달에 날아올 요금폭탄을 걱정했던 게 까마득한 옛날일처럼 느껴집니다.


고등학생 딸내미에게 들어준 청소년 요금제는 음성통화가 무제한입니다. 통화요금을 걱정할 필요 없는 딸내미의 전화는 자주 '통화중'이었어요. 공부할 때도 통화중, 이동할 때도 통화중, 심지어는 잘 때도 통화중.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생활하는 딸내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릴 때야 비로소 남자친구와 통화중인 걸 알아채곤 했습니다. 딸내미는 친구와 전화 연결을 해놓은 채, 자기 생활을 하는 거였어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전화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항상 옆에 있는 것처럼 지냈던 겁니다. 딸내미와 남자친구는 그렇게 '연결'되어 있더군요, 그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가상의 세상 안에서요.


책을 읽고 싶어서 와이파이를 찾아 헤매던 저, 그리고 보이지 않아도 남자친구와 늘 연결되어 있던 딸내미를 떠올리니 '포도나무와 가지'라는 오늘 복음은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포도나무는 가지뿐 아니라 줄기, 열매, 꽃, 잎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예수님이 "나는 포도나무 줄기요, 너희는 가지"라고 하셨다면 우리는 예수님에게 붙어 있는 이미지만을 상상하게 됩니다만, 예수님을 내 가지의 원천인, 온전한 포도나무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시각적 이미지를 넘어선 묵상을 할 수 있습니다.


가지는 그 나무에 붙어 있을 때, 즉 나무와 연결을 끊지 않았을 때 살아 있습니다. 나무와 연결이 끊어진 가지는 더는 그 나무와 상관이 없게 됩니다. 그 가지가 포도나무 가지였는지, 사과나무 가지였는지조차도 알 필요가 없는 그저 불쏘시개일 뿐이지요. 예수님은 당신과 연결을 끊지 말고 머물러 있으라고 당부하십니다. 그래야 비로소 포도나무에 속한 가지로서,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음을 알려주십니다. 또한 우리가 비록 가지에 불과하지만 포도 열매를 맺을 수 있고, 그 열매로 인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음도 알려주시지요.


사도 바오로의 테살로니카 전서 5장 16-18절 말씀은 성경 중에서 꽤 유명한 말씀입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전 이 말씀을 접할 때마다 언제나 기뻐하고, 모든 일에 감사하는 것은 노력해 볼만하지만, 끊임없이 기도한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지요. 그러나 언제나 원하는 책을 다운받을 수 있는 와이파이 환경 안에서 살아가듯, 예수님이라는 와이파이 안에서 살아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수 있겠습니다. 딸내미처럼 예수님과 통화중인 상태를 유지한다면, 굳이 대화를 하지 않아도 늘 그분이 옆에 있는 것처럼 느끼며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게 예수님 안에 '머무는 것'이겠고요.


이야기를 마무리할 즈음 되니, 딸내미 근황도 다시 알려드려야겠네요. 요즘은 저와 통화가 가능하답니다. 왜냐고요? 맞아요, 남자친구와 헤어졌거든요! ^^;


나는 참 포도나무다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잘린 가지처럼 밖에 던져져 말라 버린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런 가지들을 모아 불에 던져 태워 버린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


Der wahre Weinstock
Ich bin der wahre Weinstock, und mein Vater der Weingärtner. Jeder Rebe am mir, die keine Frucht bringt, wird es wegnehmen; und jede, die Frucht bringt, wird es reinigen, damit sie noch mehr Frucht bringt. Ihr seid schon rein wegen des Wortes, das ich euch verkündigt habe. Bleibt in mir und ich in euch. Wie die Rebe kein Frucht bringen kann aus sich selbst, wenn sie nicht am Weinstock bleibt, so könnt auch ihr keine Frucht bringen, wenn ihr nicht in mir bleibt. Ich bin der Weinstock, ihr seid die Reben. Wer in mir bleibt und ich in ihm, der bringt viel Frucht; denn ohne mich könnt ich nichts tun. Wer nicht in mir bleibt, der wird weggeworfen wie solche Reben, did man sammelt und ins Feuer wirft: er verdorrt und muß brennen. Wenn ihr in mir bleibt und meine Worte in euch bleiben, werdet ihr bitten, was ihr wollt, und es wird euch zuteil weden. Dadurch wird mein Vater verherrlicht, daß ihr viel Frucht bringt und meine Jünger werdet.


*대문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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