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 타는 건 여기까지

부활 제6주일(생명주일) / 요한복음 15,9-17

by 글방구리

자칭 꼰대인 제가 '요즘 아이들'에게 세대차이를 느끼는 일이 어디 한두 가지겠습니까만,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는 것이 초등아이들의 남녀 교제입니다. 국민학교 시절이었던 '라떼'에도, 아이들이 이성 친구에게 호감을 느끼는 일은 빈번했죠. 좋아하는 마음은 대개 에둘러 표현했어요. 남자아이들은 마음이 가는 여자 아이가 놀 때 고무줄을 끊어 버린다거나, 땋아 내린 머리를 잡아당긴다거나 하는 짓궂은 장난으로 호감을 표시했고, 여자 아이는 친한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화제에 올리는 식으로요.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느니, 하는 루머가 요즘 증권가 지라시 돌듯이 화장실 담벼락에 씌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서로 호감을 갖기 시작하면 바로 '썸'을 타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사귀는' 수순으로 들어가더군요. 서로 사귀기로 하면, 남사친 여사친에서 남친 여친으로 바뀌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남사친 여사친과 남친 여친의 차이점을 모른다는 거예요.

"너희 사귄다며? 사귀기 전과 사귀기 시작한 후가 어떻게 달라?"

"음... 별로 다른 건 없는데요... 뭐, 톡을 더 자주 하는 거?"

아직은 어려서 그렇지만, 이런 아이들도 사춘기를 지나고 낭랑 십팔 세가 되면 알아가겠죠. 호감을 갖다가, 썸을 타고, 썸 타며 알아가다가 사귀게 되고, 그 사귐이 깊어지면 평생 함께 가는 반려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요.


오늘 복음은 지난주 복음인 '포도나무와 가지' 비유의 뒷부분입니다. 이 말씀이 실린 요한복음 전체에서 보자면 예수님이 최후 만찬을 하시고 난 뒤 죽음의 길로 가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길게 하신 말씀 중 일부입니다. '예수님이 남기신, 긴 유언과 같은 간곡한 당부의 말씀'이라는 맥락 안에서 읽어 보면 예수님의 마음이 더 절절하게 다가옵니다(이게 예수님의 진짜 말씀인지, 요한복음 사가의 의도된 편집인지에 대해서는 너무 집착하지 않으려고요. 저는 신학자가 아니니까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나를 사랑하면 너희는 기쁠 거야. 나도 너희를 사랑해. 그러니 너희도 서로 사랑해야 해. 난 여태까지와는 다른 관계로 너희를 사랑할 거야. 이제부턴 '찐친'이야. 사랑하라는 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게 아니야. 나를 사랑한다면 거스를 수 없는 명령이 되는 거지.'


이를 더 간단히 줄여 볼까요?

'우리 이제 썸은 그만 타고 사귀기 시작하자, 어때?'


인간적인 관계에서만 해석하자면 곧 죽으러 갈 거면서 사귀자고 제안하시는 예수님은 '나쁜 남자' 같습니다. 그러나 남친, 여친을 정말 사랑했으면서 그런 고백도 하지 못하고 죽었다고 생각하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지요. 예수님은 당신의 죽음을 앞두고, 사랑 고백만큼은 꼭 하고 가야겠다, 이 사랑은 죽는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더욱이 이런 사귐의 관계를 수락하면, 그 대가로 '기쁨'이 주어진다고 하시네요. 아래 독일어 성경에서도 볼 수 있지만 독일어에서 친구는 '프로인트(Freund, 복수형은 Freunde)'입니다. 그리고 기쁨은 '프로이드(Freud, Freude)'이지요. 중간에 n 하나만 다르고 매우 유사합니다. 친구는 원래 기쁨을 주는 존재이기에 두 단어가 이렇게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을까 하고 제 마음대로 추측해 봅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입니다.

사랑에 빠지기 좋은 계절이지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도 있어서 사랑할 사람들을 억지로라도(?) 기억하게 되는 달이기도 합니다.


놀러 가기도 좋고, 만남을 하기도 좋은 이런 계절에 이제 썸은 그만 타고 본격적으로 사귀자고 제안하신 예수님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특히, 이성 친구 앞에서 가슴 설레본 게 아득한 옛일이 되어 버린 (저 같은) 꼰대들이여! 우리도 죽기 전에 예수님과 뜨거운 사랑 한 번 거하게 해 보십시다. 누가 알아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참된 기쁨이 우리 영혼은 물론, 주름진 육신까지 팔팔 나는 청춘으로 되돌려 줄지?^^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을 실천하면 너희는 나의 친구가 된다. 나는 너희를 더 이상 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종은 주인이 하는 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 내가 내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을 너희에게 모두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을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시게 하려는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Das Gebot der Liebe
So wie mich mein Vater liebt, so liebe ich euch auch. Bleibt in meine Liebe! Wenn ihr meine Gebote haltet, dann bleibt ihr in meiner Liebe, so wie ich die Gebote meines Vaters halte und in seiner Liebe bleibe. Das sage ich euch, damit meine Freude in euch bleibt und eure Freude vollkommen wird.
Dies ist mein Gebot, daß ihr einander lieben sollt, wie ich euch liebe. Niemand hat größere Liebe als die, daß er sein Liebe läßt für seine Freunde. Ihr seid meine Freunde, wenn ihr tut, was ich euch gebiete. Ich nenne euch nicht mehr Knechte; denn ein Knecht weiß nicht, was sein Herr tut. Euch aber habe ich Freunde genannt; denn alles, was ich von meinem Vater gehört habe, nabe ich euch kundgetan.
Nicht ihr habt mich erwählt, sondern ich habe euch erwählt und dazu eingesetzt, daß ihr hingeht und Frucht bringt und daß eure Frucht bleibt. Wenn ihr dann den Vater in meinen Namen bittet, wird er´s euch geben.
Das gebiete ich euch, daß ihr einander lie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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