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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힘이 세다

2022년 4월 9일 토요일 / 벚꽃이 세상을 채운 날들

by 글방구리

지난 겨울

몸을 웅크리게 했던 찬바람을 잊게 해준 것도,

꽃이다.

약속이라도 한 듯

때가 되면 우르르 피어나 아우성을 지르는 것도,

꽃이다.


용기 없는 자의 사랑을 대신 고백해 주는 것도, 꽃이고

벌의 침이 무서운 사람들을 대신해

온몸으로 벌들을 견디어내는 것도, 꽃이다.


속도에 목숨 건 바이크 라이더들을 멈춰 세우는 것도, 꽃이고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는 사람들을 느릿느릿 거북이떼로 만든 것도, 꽃이다.


꽃은 힘이 세다.

꽃은 힘이 정말 세다.


떨어져도 죽지 않는다.

진 듯 보여도 진 게 아니다.

죽은 듯 보여도 죽은 게 아니다.

내년이면 되살아날 희망이다.


꽃은 촛불이다.

꽃은 민주주의다.

진실이 침몰하지 않듯,

꽃은 반드시 다시 피어난다.

아무도 꽃을 영원히 꺾을 수 없다.


- 벚꽃 환한 날, 합천 다녀오다

꽃 진 자리도 꽃이다.
잊지 않기로 약속하지 않았어도 결코 잊지 못할 날. 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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