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루기 어려운 감정
예전부터 감정조절을 하는 게 힘들었다. 갑자기 화가 폭발하면 어떻게 다스려야 될지 몰라 말과 행동으로 표출했다. 책을 읽으면서 방법에 대해 알아가고 있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내 감정의 피해자는 가족들이다.
요즘에 아이들한테 짜증과 화를 많이 냈다. ‘내일은 사랑한다는 표현을 더 많이 해주고, 이야기도 더 잘 들어주고, 칭찬도 많이 해줘야지' 하고 다짐을 하지만 화를 내는 상황들이 다시 반복된다. 아이들한테 안 좋은 감정이 생기면 신랑한테 짜증을 내고, 신랑으로 인해 안 좋아진 감정은 또다시 아이들한테 향한다. 걱정이 과해 화라는 감정으로 잘 못 나올 때도 있다.
호르몬 변화로 오는 감정기복이라고 하기엔 횟수가 많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테고, 매 번 합리화를 하며 지나갈 수도 없다. 나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함에 자괴감은 더 크게 다가온다.
며칠 전에는 엄마랑 통화하다가 버럭 화를 냈다.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데 같은 말을 하는 게 싫었다. “지금 생각해 봤자 해결되는 것도 없고, 똑같은 말을 들으니 스트레스받는다”라고 했다. 엄마는 그냥 이야기를 한 거라는 말에 '아차!' 싶었다. 생각해 보면 가족들한테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걱정이 되고 불안해서 말한 거였을 텐데.. 나도 누군가에게 힘들어서 그냥 하는 말을 상대방이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면 싫었을 텐데.. 왜 가족들한테는 필터링이 안 되는 걸까?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잘해야 되는데 어렵다.
내 감정은 아침과 저녁으로 나뉜다.
아침에는 충분히 자고 일어난 상태라 에너지가 넘치고 기분이 좋고 완만하게 흘러 보낼 수 있지만, 몸이 피곤해진 저녁이 되면 조금 한 일에도 예민해져 쉽게 짜증과 화를 낸다. 지킬 앤 하이드도 아니고 때론 이 모습이 그대로 굳혀질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처음 만나는 상황들에 예민하다
처음 접하는 상황들은 대비가 어렵고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그럴 때면 더욱 난감함을 느낀다. 내 무능함을 느끼게 되는 게 싫어 관심 없는 건 미리 차단하거나 짜증과 화로 나를 방어한다.
며칠 전에 어느 프로그램에서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팔을 잡아당긴 신자에게 정색하며 화를 내고 손등을 때린 교황의 모습을 보게 됐다. 다음날인 20년 1월 성모 마리아 대축일 삼종 기도회에서 "우리는 자주 인내심을 잃는다. 나도 그렇다. 어제 했던 나쁜 행동에 대해 사과한다"라고 전했다.
'감정조절 할 줄 아는 사람들은 평생 화를 안 내며 살 수 있을까?' 궁금했었는데, 교황도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려 감정조절 하기 힘들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감정조절이 힘들 때가 있다. 신이 아닌 이상은 모두 똑같다. 다만, 내 잘못을 알아채고 인정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어제보다 조금 덜 화내고 잘 지나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너무 나를 몰아세우고 자책하지 말자. 앞으로 조금씩 바뀌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