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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호월 Jan 26. 2023

걱정은 왜 그렇게 많은가요

feat. 전쟁이 나면 어쩌죠

 어린 시절 나는 새나라의 어린이였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그런 어린이. 보통은 낮에 열심히 뛰어놀았기 때문에 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꿈나라로 떠나곤 했는데, 가끔가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 때에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커서도 그때의 그 생각들을 입 밖으로 꺼내본 적이 없어 다른 사람도 그 시기에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그때의 나는 참 이상한 걱정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 중에서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걱정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그런 반공이나 안보 교육 같은 것들이 있었고 북한의 김일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기도 했었다. 물론 지금도 분단 상황인 것은 변함이 없지만 어렸을 때의 나는 유독 전쟁에 대해 두려워했는지도 모른다. 전쟁이 날까 두려운 아이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수많은 탱크들과 총을 든 군인들이 땅굴을 통해 들이닥치고 있었다. 포탄이 빗발치고 나는 그럼 어떻게 도망가야 하나 우리 가족들과 떨어지면 어쩌나 우리 군이 못 이기면 어떡하지 등등 상상의 나래가 끝도 없이 펼쳐지며 걱정에 걱정을 더해간다. 


 가끔 외계인이 진짜 존재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었다. 인간들 사이에 몰래 숨어 살다가 갑자기 깜깜한 밤이 되어 우리를 괴롭히면 큰일이라는 생각이었다. 보통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인간을 납치해 자기들이 사는 별로 데려가는 만화나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망태기 할아버지가 밤에 와서 데려간다는 옛말과 섞여서 그런 걱정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홀로 방에 누워 잠을 청하려다 갑작스레 찾아온 걱정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린 시절의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밤에 잠들기 무서워 불을 켜고 자는 아이들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참 동안 잠을 설치다 겨우겨우 잠에 들어 다음날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런 걱정은 머릿속에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심각한 걱정이었는데 이렇게 아무것이 아닌 걱정이 되어버렸다.


 그런 걱정들이 습관이 되어버린 것인지, 어른이 된 지금도 여러 가지 걱정들로 밤 잠을 못 이루는 날들이 있다. 술에 만취한 날이 아니고서야 자려고 누운 후 걱정을 안 해본 날은 없었다. 매일매일 걱정의 연속이었다. 내일 출근해서 오늘 못한 일을 어떻게 끝내지, 숙제를 다 못했는데 내일 혼나면 어쩌지, 이번 달 신용카드를 너무 많이 쓴 것 같은데 어쩌지 등등 오만가지 ‘어쩌지’라는 걱정으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어렸을 때는 조금 황당무계한 걱정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어른이 되고 나서는 현실적인 걱정들로 주를 이뤘다. 하지만 현실적이든 비현실적이든 걱정의 무게는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둘 다 나에게는 버거웠고 잠에 못 들 정도로 너무 무서운 것들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가 걱정하는 것들 중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리고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다. 걱정거리들 중에서 79%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고 16%는 미리 준비하면 대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걱정이 현실이 될 확률은 5% 정도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걱정을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다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뻗어 나간다. 접어 둘 수가 없다. 무한대로 뻗어 나아간다. 이런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순식간에 연속적으로 걱정을 더해간다. 이렇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나 싶다. 하나의 걱정이 두 개로, 두 개가 네 개로, 8개, 16개… 기하급수적이라는 뜻을 걱정을 하다 알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해 오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중에 하나는 바로 걱정이고 생각해 보면 보통 좋지 않은 것들만 꾸준하게 끊임없이 해 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살아오면서 걱정하며 소비한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일들을 생각하며 쓴 그 어마무시한 시간,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꾸준히 성실하게 걱정하며 시간을 낭비할지도 모른다. 전쟁이 날까 두려워 잠 못 이루던 그 아이가 커서도 평생 걱정으로 인생의 많은 부분을 낭비하고 있었다. 


 걱정이라는 단어의 뜻은 ‘안심이 되지 않아 속을 태움’이다.


 한마디로 불안하다는 말이 아닌가. 당연히 인간은 누구나 불안정하다. 신이 아니고서야 미래를 알 수 없으니 불안한 것이 당연한 일이다. 모두 불안한 마음이니 걱정을 달고 살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현재를 낭비만 하고 있을 수만 없다. 당장, 지금, 이 순간에도 흐르고 있는 시간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도 모자라다.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며 현재를 소홀히 하면 다시 우린 분명히 과거에 대한 후회를 할 것이다. 


 물론 미래에 대한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거짓일 테지만 현재에 영향을 미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걱정하는 일은 줄여야 한다. 현재를 좀 더 충실하게 살아낸다면 미래에 대한 불안도 좀 사라질 것이고, 안심이 되지 않는 일을 현재에서 안심이 되도록 바꿔 간다면 걱정도 줄지 않을까. 


 그리고 불안한 마음은 분명 부정적인 생각에서부터 싹을 틔우게 된다. 일이 잘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해도 모자라는데 벌써 우리는 안 될 경우를 생각하고 있다. 만약에라는, 대비책을 세우겠다는, 그런 생각들로 가득하다. 유비무환이라는 말로 우리를 애써 위로하지만 우리는 좀 더 긍정적인 생각들로 머릿속을 가득 채울 필요가 있다. 잘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미래를 준비해도 유비무환의 정신이 없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안심된 마음으로 그 시간에 걱정 말고 다른 일을 했기 때문에, 안 좋은 결과로 나왔더라도 우린 그동안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그 결과를 해결하는 현재에 충실하면 되고, 다시 긍정적인 생각으로 남은 하루를 보내면 된다.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지 않고 그냥 지나갔을 때, 우린 안심하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해도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안심, 편안한 마음, 우린 그저 그 상태를 유지하도록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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