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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호월 Feb 02. 2023

너는 꿈이 뭐니?

 어렸을 때 집 앞에 소방서가 있었다. 어린아이의 마음에 소방관들은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싸이렌과 함께 멋짐을 휘날리며 출동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렇게 5살 어린이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도 커서 언젠간 사람들을 구하는 멋진 사람이 되리라 다짐했다. 


 소방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꽤 오래 간직했던 것 같다. 그러다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 청소년이 되었고 때마다 되고 싶은 것이 바뀌어 갔다. 하지만 하고 싶다고 해서 모두 해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곧 현실과 타협하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쫓아 대학에 진학했고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역시 다시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끊임없이 수정하고 타협하며 경로를 수정해 갔다.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취업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정말 무언가 되고 싶은 마음을 키워갔던 것 같은데, 성인이 되어가면서 왠지 모르게 점차 그 의미가 없어져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떤 중요한 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현실에서는 루틴처럼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학점을 쌓고 영어 점수를 취득하며 좋은 곳에 취업하려는 부질없는 것을 꿈이라고 꾸며 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과제에 시험에 자격증에 치여 살며 또 루틴으로 살아갔다. 아이러니하게 내 인생에 대한 의심과는 반비례해서 나의 스펙은 점차 채워져 갔다. 그리고 원하던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래도 거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고 노력해서 얻은 결과였으니 환희도 꽤 컸다. 그렇게 나는 꿈을 이룬 것 같았다.

드디어 좋은 직장에 들어온 꿈을 이뤘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명함과 연봉, 나의 어깨도 덩달아 우쭐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언제부터 나의 꿈이었을까. 아마도 대학교에서 최종으로 수정된 나의 꿈이었을 것이다. 로봇처럼 회사를 다니던 시절,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꿈이란 무엇인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갑자기 그 의미가 궁금해졌다. 나의 꿈은 5살 어린이의 소방관에서부터 최종 수정된 대기업 직장인까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수십 개에 달할 것이다. 그런데 나의 꿈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직업이었다. 직업을 갖는 것이 나의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가? 경제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직업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게 나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과연 나의 첫 꿈은 소방관이 맞을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그래서 어느 날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그때 그 유일하게 나의 인생에서 순수했던 꼬마는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순간이동이 꿈이었던 것 같다. 투명인간도 나의 꿈이었던 듯싶다. 현실에서 정말 이루지 못할 것 같은 그 무언가가 나의 꿈이었다. 꿈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언젠가는 현실이 될지도 모르지만 쉽게 일어나지 않는 그런 것들.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것들.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물어본다. 
너는 꿈이 뭐니? 하늘을 나는 것이요. 아니 그런 거 말고 뭐가 되고 싶니?


 나의 꿈_수정_최종_진짜최종 ver. 도 그렇게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정말 하고 싶은 것들 중에서 직업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요즘 그런 분들이 가장 부럽다. 하고 싶은 것은 취미로 남겨둬야지 직업이 되면 힘들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부러운 일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아직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대학시절 잠깐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있지만 취업이라는 현실 앞에서 사치라 생각하며 접어 두었던 고민이었다. 가끔 왜 그걸 그때서라도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그 시절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찾아보았더라면 나의 인생은 좀 더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후회들.


 하지만 아직 인생은 많이 남아있으니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찾아보려고 한다.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오랫동안 머릿속에서만 생각하고 있던 것이지만 드디어 실천하고 있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다 보면 언젠간 나도 하고 싶은 것을 직업으로 삼는 그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제는 직업이 먼저가 아닌 정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더 집중하며 꿈을 찾아 한걸음 내디뎌본다. 


꿈_수정_최종_진짜최종_다시수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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