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적인 느낌
왠지 모르게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나 반대로 왠지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순간들. 이유는 말할 수 없지만 어떤 순간 동물적인 감각으로 그런 느낌이 올 때가 종종 있다.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딱 그 일이 벌어지기 직전, 어떤 전류 같은 것이 머릿속을 관통하곤 한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노래가사 일 것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슬픈 예감은 우리를 피해 가지 않고 우리를 정통으로 통과한다. 몇 년 전, 가을쯤 갑자기 감기 기운에 굉장히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열이 나는 건 아니었지만 몸살기운으로 온몸이 맞은 듯이 아팠다. 며칠 동안 감기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어 짜증이 날 정도였다. 그날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 순간 굉장히 쎄한 느낌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그 전화는 오랜 기간 병상에 계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물론 내가 하필 그때 몸이 안 좋았던 것도, 그 전화에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던 것도 모두 우연일 수도 있고 그저 지나고 보니 그랬던 것 같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때 그 전화를 받고 왠지 모를 소름이 돋았다. 인간의 동물적인 감각은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주로 사고 같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때 그런 쎄한 기분을 느끼곤 한다. 온 우주가 나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보통 미신을 믿지는 않지만 왠지 모를 찝찝한 일이나 안 좋은 것들은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왠지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근데 보통 이런 것들은 그저 기분이 쎄한 것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왠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같다. 대학 입시에서 논술을 보고 나왔을 때 무언가 알 수 없는 자신감 같은 것이 생겼다. 그리고 1차 합격 후에 면접에서도 끝나고 나올 때 왠지 알 수 없지만 그런 예감이 들었다. 합격할 것 같은 예감. 다른 학교 면접 때는 느끼지 못했던 그런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합격하여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또 취직을 위해 이곳저곳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너무 힘들어 좌절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 심기일전하여 면접을 보러 간 곳에서 또다시 그런 기분을 느꼈다. 될 것 같은 그런 좋은 기분. 그리고 그때 결과도 역시나 그 기분과 같았다.
물론 그런 기분이 들 때면 애써 나를 억누르고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 기대를 많이 했다가 탈락하면 더 실망이 클 것 같아 그저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이 올 때마다 전부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소보다는 더 높은 확률로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이 올 때는 그저 쎄한 기분이 아니다. 왠지 알 것 같은 기분.
보통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는 내가 그것을 열심히 준비했을 때였다. 로또가 될 것 같은 느낌이나 경품에 당첨될 것 같은 느낌은 오지 않는다. 그런 건 열심히 준비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입시나 면접, 자격증 같은 것들을 열심히 준비하고 결과를 기다릴 때 왠지 모를 느낌이 올 때가 있다. 그 노력이 드디어 빛을 보는 순간이기도 하다.
인생이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물론 인생에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하고 꽃길만 걸었으면 하지만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다. 나도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고 지금은 잠시 쉬어 가는 지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좋을 때는 그 ‘알 것 같은 느낌’이 아주 빈번하게 다가왔으며 ‘쎄한 느낌’은 극히 드물었던 것 같다. 그러다 좋을 때 느끼던 그것은 점차 줄어들었고 기운도 점점 잔잔해져 갔다. 단순히 좋지 않은 단계에 오게 되었다고 치부하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바로 나를 돌아가게 하는 동력을 유지시키려는 노력. 행운이란 그저 앉아서 기다리는 자에게는 오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여기서 나의 흥망성쇠 그래프가 다시 위로치고 올라갈 것인지 더 내려갈 것인지, 아마 나의 자세에 달려있을 것이다.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그때 그 느낌을 다시 한번 느껴봐야겠다. 알 것만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