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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릭 Jul 29. 2016

유치한 사랑의 노래 (2)

손에 대한 모독



남자의 말에 여자가 테이블 위로 손등을 나란히 펼쳐 내밀었다. 남자는 유심히 여자의 두 손을 살펴보았고, 그런 남자의 표정을 다시 여자는 기대어린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리저리 살펴보던 남자가 굽혔던 몸을 되돌려 소파에 등을 기대며 툭 말을 던졌다.
 
“손톱 좀 잘 깍지. 그게 뭐니?”
“이게 어때서요? ..... 난 손톱 기르는 거 싫은데. ” 


두 손을 자신의 눈앞으로 가져가 번갈아 살펴보며 여자가 말끝에 아랫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기르든 아니든 그래도 생긴 대로는 잘라야지. 어떻게 그렇게 전부 일자를 만들어놨니?”
“그런가....”


여자가 갸웃거리며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에 남자가 여자의 두 손을 가리키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그건 네 손에 대한 모독이란 말이야.” 
“모독이라뇨?”


여자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로 되묻자, 남자가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려 맞잡은 손에 턱을 올리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렇게 이쁘게 생긴 손을 어떻게 그런 식으로 취급해? 네 손이라고 너무한 거 아냐?”
“내 손이 이뻐요?”


얼굴로 피어나려는 웃음을 여자는 애써 누르며 대답했지만 반짝이는 두 눈으로 새는 미소만큼은 그녀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런 여자의 표정을 금방 알아챈 남자의 입 꼬리가 살짝 패었다.


“응, 난 이렇게 예쁘게 생긴 손을 본적이 없어.”


갑자기 남자가 손을 뻗어 여자의 한쪽 손끝을 붙잡아 들어 올렸다. 느닷없는 행동에 어리둥절해진 여자는 무슨 일일까 가만히 남자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의 손끝을 당겨 눈앞에서 이리저리 살펴보던 남자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 좋아해.”


남자의 나직하지만 분명한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여자는 머릿속에 차있던 생각들이 몽땅 어디론가 빠져나가버린 기분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제대로 이해되기도 전부터 여자의 가슴은 뛰고 있었다. 쿵쾅거리는 심장 때문에 여자는 숨쉬기가 불편할 지경이었지만, 그 순간 자신의 손끝에서 전해오는 남자의 떨림 또한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내 손이 그... 그렇게 좋...아요....?”


여자가 간신히 말을 끝맺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남자가 말없이 여자의 손을 쳐다보는 동안, 카페 안을 가득 채우던 사람들의 말소리와 느긋한 음악소리 모두가 두 사람의 고요 속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잠시 후, 숨을 가다듬는 남자의 짧은 호흡이 침묵을 깨고, 여자의 손으로부터 옮겨진 남자의 시선이 여자의 두 눈에 고정되었다. 남자의 목젖이 크게 한번 출렁였다.


“정말 좋아해.”


한층 깊은 울림을 담은 목소리로 말하는 남자의 두 눈이 반짝이고 있었고, 그제야 남자의 말을 깨닫기 시작한 여자의 두 볼이 점점 빨갛게 물들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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