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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가다

by 글릭

아마 그렇겠지.


어느새 해가 지고

깜깜해져 버린 방안에

홀로 앉아있으면


한낮의 일들은 꿈처럼

웃고 떠들던 그 시간들이

너무도 낯설어질 때.

아마 그렇겠지 하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려.


대체로 시간이란

원치 않게 나를 비켜가고

기억이란 어리석게도

자꾸만 시간을 외면하고.

그렇게 다시 시간은

버릇처럼 비켜 지나고.


그 모든 나의 부끄러움

나의 어리석음들일랑

꽁꽁 얼려 생각 아래 깊숙이.


그러다 문득 이렇게

깜깜한 방 안에 홀로 있으면

멍해진 순간을 틈타

깊은 설움들이 녹아내려

어둠 속으로 어둠 속으로


주저 않아버린 난

주문을 외듯 중얼거려.

아마 그렇겠지.

삶이란 그런 거겠지.



기억에 흩어지다 - 디어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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