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시영_여전히 노래하네
나에게 있어 ‘눈물’이란 굉장히 가까우면서도 멀어지고 싶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눈물이 참 많은 아이였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며 감수성이 풍부해서, 대문자 F라서 그렇다고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벗어나고 싶은 특징이다. 눈물을 흘리는 행위를 참 부끄러워하는 내가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눈물을 흘리고 싶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억지로 눈물을 참아가며, 겨우겨우 버티는 중이다.
그 무엇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나날들, 잘못한 것이 없지만 죄송해야 하고, 내 의견 하나 떳떳하게 내지 못하는 나의 위치를 깨달으며 한없이 무너지는 순간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생기는 마음속 불안함. 이 모든 것들은 나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너무나 충분한 조건들이다. 이 모든 힘듦이 내 어깨를 짓누르던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던 나의 귓가에 아른거렸던 이 한마디가 내 눈물샘을 건드려버리고 말았다.
‘나 여전히 노래하네’
시영_여전히 노래하네
이 곡은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이라는 장르로, 흔히 현대 음악 스타일로 만든 찬양이라고 보면 된다, 기독교적 메시지를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신앙 고백,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이 노래를 오늘 가져온 이유는 종교를 강요하고자 하는 의미가 아닌, 그저 이 곡을 듣고 내가 느낀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을 미리 밝히고자 한다.
홀로 남은 들꽃처럼
작은 바람에 흔들리지만
나 여전히 노래하네
다양한 상황으로 인해 나의 마음은, 우리의 마음은 수없이 흔들리고 무너진다. 학교나 직장에서, 심지어는 가정에서도 마음을 흔드는 ‘바람’은 항상 불어온다.
얼마 전 직장에서 나에게 큰 태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의견을 제시했고, 그들은 의견이 아닌 ‘핑계’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쏟아냈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그 어떤 이들도 나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고, 그렇게 혼자서 꾸역꾸역 올라오는 감정을 눌러 넣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는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 잘못이구나. 내가 참아야 했구나.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
나의 의견이 그들에게 ‘핑계’로 들릴 수밖에 없었던 나의 언행을 스스로 반성하고, 또 반성하고, 또 반성하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나는 그들에게 실수하지 않았다. 그리고 핑계 대지 않았다. 그렇게 홀로 자책하며 구렁텅이로 빠지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손을 내민 것은 바로 이 노래였다.
‘여전히 노래하네’라는 말이 그렇게 굳세어 보일 수가 없었다. 특히 ‘여전히’라는 단어에 시선이 꽂혔다. 어려움에 마주했을 때,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쉽지 않다. 특히 나에게는 그렇다. 회사에서 일이 일어났을 때, 나는 당당하게 버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바로 이직할 회사를 알아봤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노래의 화자는 여전히 노래하고 있다.
여전히 노래할 수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노래의 화자에게 있어 노래하는 이유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일 것이다. 내 삶에 있어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참고 인내하고 버티는 것, 이는 기독교만이 아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우리를 미친 듯이 응원해 주는 가족, 친구, 그리고 우리를 사랑하는 누군가들이 있기에 우리도 미친 듯이 버텨낼 수 있다.
나 오늘도 걸어가네
따듯한 주님 손잡고
함께 가는 길 약하고 작은 날
포기치 않으시리라
얼마 전, 드라마에서 본 장면이 하나 떠오른다.
우는 사람을 본 주인공은 그에게 다가가 달래주는 것이 아닌, 묵묵히 그의 옆에 서 있는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다.’라고 많이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모든 문제에 있어서 책임은 온전히 나 홀로 져야 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우리의 갈 곳 잃은 손을 붙잡아주는 많은 누군가가 존재한다. 한없이 작아지고, 바닥을 파고 있던 내게 들린 이 노래 한 곡처럼 주변에는 우리의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소망한다.
그저 묵묵히 서 있어 주는 그들의 그늘 아래에서 맘껏 울고, 어느 날 내 그늘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