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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포기하지 않는 외침 [공연]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by 글쟁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선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이방원의 '하여가'라는 시조다.


나에게 있어서 시조는 그저 역사책에 나오는 재미없는 글이었다. 아무리 읽어봐도 이해를 못하겠는데, 시험을 봐야 하니 시조에 담긴 의미를 파악해야만 하는 귀찮고, 재미없는 것이었다. 그런 나에게 '시조'의 즐거움, '시조'의 파워를 보여준 뮤지컬을 소개하고자 한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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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간단한 배경 설명을 하면, '시조'가 금지된 조선에서 '자유'를 향해 달려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초연을 올린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를 결합한 독특한 무대를 선보인다. 특히 뮤지컬 넘버의 경우, '시조'를 '랩'과 '라임'이라는 현대적인 요소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마치 한국의 과거와 현재의 공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요소 때문인지, 여러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며, 대한민국의 대표 창작뮤지컬로서의 작품성과 대중성을 입증하기도 하였다.


한정된 무대 안에서, 정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표현한다. 보통 '극'이라고 하면,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그려지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이 뮤지컬에서도 주인공은 존재한다. 하지만, 주인공의 비중과 조연들의 비중을 비교해 봤을 때, 크게 차이 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모든 장면마다 백성들(주로 조연들의 역할)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부분에서 봤을 때, 이 뮤지컬이 단순한 사극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무대를 구성하는 넘버와 안무의 대부분은 신나고, 흥겨운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 가사를 잘 보면 그저 음악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출 수는 없을 것이다. '운명'이라는 말에 숨겨진 '신분'의 차이로 인해 억울한 일을 당할 수밖에 없는 백성들의 고통이 가사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아픔을 담은 가사를, 무대를 통해 보여주고,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로하는 것은 예술이 가진 진정한 힘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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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의 삶의 애환을 그저 슬프게만 드러내지 않는 음악과 연기, 안무는 관객들에게 복잡한 감정선을 선사한다. 신나는 무대를 보며 박수가 자동으로 나왔지만, 가사의 이야기를 듣자 즐거움보다는 애처로운 마음이 가득해져만 갔다. 신분으로 인해 누군가에 대한 마음을 품을 수도 없는 현실, 나라의 부름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갈 수밖에 없는 현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억울하게 잃었지만, 그 슬픔을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하는 현실 속에서 그들은 괴로워하고 몸부림친다. 하지만, 그 슬픔을 흥과 한으로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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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독 군무와 떼창이 많았는데, 백성들의 자유와 행복을 향해 달려가는 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운명을 바꾸기 위해 그들은 끊임없이 저항한다. 그리고 그들의 저항은 결국 '자유'라는 결과를 낳았다. 바로, 세상을 향해 그들이 가진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찾아온 것이다. 자유를 찾은 그들이 앞으로 살아갈 '새로운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외치는 장면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자유'를 얻게 되기까지 겪었던 그들의 고통스러운 나날들이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세상에 있어서 큰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그 고통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자유를 찾는 일도 쉽지 않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이 자유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많은 이들이 다시 고통스러워지는 모습을 절대 경험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자유를 지킬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이는 스웨그에이지 속 백성들뿐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자유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의 모습은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누군가 혹은 자신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면,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용기 있게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저 누군가의 용기에 매달려가는 사람이 아닌,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의 자유를 회복시켜 주고, 지켜줄 수 있는 이들이 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아트인사이트 #artinsight #문화는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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