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예쁜 뮤지컬
원하지 않은 일로 인해 상처받은 적이 있는가?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상처를 받지 않았던 적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 상처를 사랑하는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맛있는 음식이나 재밌는 볼거리 등을 통해 회복하고 이겨낸다. 그렇다면 만약 그 상처가 한 손으로 가리기 힘들 정도로 너무 크고 아파서 몇 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뮤지컬 <르 마스크>는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가늠할 수도 없을 만큼 큰 상처를 입은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리고 그들의 상처를 덮어주고 쓰다듬어주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함께 그려낸다.
뮤지컬 <르 마스크>의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파리다. 실화 바탕의 뮤지컬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얼굴에 큰 상처를 입은 이들을 위해 설립된 '초상가면 스튜디오'라는 공간을 소재로 만들었다. '초상가면 스튜디오'는 군인들의 얼굴에 난 상처를 가릴 수 있는 가면을 제작해 선물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스튜디오의 설립자인 '안나 콜먼 레드'는 미국인 조각가로, 군인들의 부상 전 사진을 토대로 그들이 일상생활을 함에 있어 불편함 없는 가면을 만들어주었다.
극의 주인공인 '레오니'는 어려서 앓은 소아마비로 인해 다리를 절뚝이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녀는 조각가로서의 꿈을 펼치고 싶지만, 자신의 불편한 다리로 인해 스튜디오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전쟁의 피해자인 '프레데릭'을 스튜디오에서 만나게 되고, 그의 가면을 제작하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 가면을 제작하며 '프레데릭'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나누게 된다.
'레오니'와 '프레데릭'은 가면을 제작하며 서로의 아픔에 대해 나눈다. 특히 프레데릭이 본인의 아픔으로 인한 상처를 받아오면서 '어차피 안될 텐데'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주저앉았을 때, 레오니는 그의 옆으로 다가가 크고 거대한 위로가 아닌, '이름이 뭔가요?'라는 가벼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이름이 뭔가요?
고향은 어디인가요?
취미는 무엇인가요?
그들은 마치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서로의 안부 인사처럼 서로에게 믿음을 형성하고, 프레데릭은 레오니를 향한 마음을 열어간다. 프레데릭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다는 레오니의 진심 어린 마음이 온전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레오니는 프레데릭의 가면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완벽한 가면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특히 프레데릭이 다치기 전 모습을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의 얼굴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결국 그녀는 프레데릭의 가장 큰 어려움이자 걱정인 그의 약혼녀 '르네'에게 편지를 보내게 된다.
레오니는 편지를 통해 프레데릭의 사진을 받게 되고, 완벽한 가면을 완성해간다. 그러던 중, 그의 약혼녀, '르네'에게서 프레데릭을 만나러 오겠다는 편지가 도착하고, 편지를 받은 레오니와 그의 소꿉친구가 하는 이야기를 프레데릭이 듣게 된다. 그리고 프레데릭을 만나러 온 르네는 자신의 약혼자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와 가장 신뢰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 휘몰아치며 결국 프레데릭은 절망의 늪으로 빠져버린다.
결국 프레데릭은 절망 속에서 절규하며 자신의 삶을 내려놓으려는 선택을 한다. 그때 레오니가 그를 붙잡기 위해 달려오고, 프레데릭의 손을 끝까지 붙든다. 그리고 레오니는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사실 살고 싶잖아요'
레오니가 스튜디오에서 허드렛일을 묵묵히 했던 이유, 프레데릭이 '초상가면 스튜디오'를 찾아왔던 이유는 결국 그들이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살고 싶어'라는 희망을 품었던 그들은 희망을 제작하는 '초상가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그리고 서로의 희망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서로의 희망을 지켜준 둘은 모두의 희망인 '초상가면 스튜디오'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안나 콜먼의 송별회에서 프레데릭과 레오니 두 사람은 연설을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어려웠던 프레데릭이 연설을 실패하게 된다. 그런 프레데릭에게 레오니는 '꼭 오늘이 아니어도 돼'라는 용기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 그렇게 연설은 실패했고, 안나 콜먼은 미국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스튜디오는 계속 그 자리를 지켰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보여주지 않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연설이 실패했던 그때, 그들의 희망은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오늘이 아니어도 돼'라는 말을 통해 '희망을 향해 천천히 나아갈 그들의 미래'를 느낄 수 있었다.
뮤지컬 <르 마스크>를 보며 내 삶의 이유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었다. 각자의 희망을 달려갔던 두 사람, 그리고 자신의 희망뿐 아닌, 서로의 희망을 위해 노력했던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나 자신'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일을 하고, 돈을 버는 목적을 '나의 성공'으로 둘 수도 있지만, 오히려 '누군가의 행복'으로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필자 본인이 현재 하고 있는 '콘텐츠 제작'이라는 일은 필자 본인의 '재정적인 충족'을 채워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웃음'을 만들어줄 수 있다. 그렇다면 필자의 삶의 목적은 '누군가의 웃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레오니와 프레데릭이 본인들의 삶의 목적이 '서로의 희망'으로 전환되면서 그들은 이전보다 훨씬 많이 웃고,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돌부리들은 오히려 그들이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삶을 내려놓고 싶을 때, 주저앉아 있을 때, 나로 인해 웃음을 짓고 위로받았던 많은 이들을 생각해 보자. 그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꽤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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