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뷰
일명 뷰 맛집 캠핑장들은 항상 인기가 좋은 편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밖에 나가 캠핑하는 그 자체가 즐겁지만
보이는 풍경이 좋으면 캠핑의 기쁨은 배가 된다.
6년 넘게 매주 캠핑을 다니면서 정말 수많은 캠핑장에서 다양한 뷰를 즐기며 캠핑을 했다.
바다뷰, 산 뷰, 논 뷰, 강뷰, 호수뷰, 마을뷰 등등 전국 곳곳에 참 다양한 뷰를 가진 캠핑장들이 많다.
바다뷰는 말 그대로 드넓은 바다를 보면, 별 막힌 것도 없었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그런 기분이 든다.
괜히 큰 숨을 몰아쉬게 되고 말이다.
게다가 운대가 좋으면 일출이나 일몰도 구경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모른다.
일출은 희망을 생각하며 뭔가를 결심하게 하고
일몰은 지나온 내 인생을 성찰하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산뷰는 편안함을 준다.
봄에는 아기 옷 같은 파스텔톤의 러블리한 산을 마주하고
여름에는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이 만드는 싱그러운 녹음을 즐기고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 든 정열적인 산을 만날 수 있다.
겨울엔 스산함 속에서 비움의 아름다움과 가끔 설산의 환상적인 뷰를 즐기고 말이다.
강이나 호수뷰는 바다에선 느낄 수 없는 평온함을 선물 받는다.
항상 움직이는 바다가 열정적이라면 호수는 한결같은 평온함을 선물해 준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뷰는 시골마을 논뷰이다.
논은 사계절 내내 다른 모습으로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모내기가 이루어지는 봄의 논은 푸릇푸릇 사랑스럽고
뜨거운 태양빛 아래 짙푸르게 성장한 여름의 논은 젊음의 패기가 느껴진다.
그러다 누렇게 물든 가을논은 추수를 앞둔 풍요로움에 마음이 넉넉해지고
텅 빈 겨울논은 겨울산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수시로 훑고 지나가는 그 논에서 비움이 주는 상쾌함이란~
얼마 전 다녀온 캠핑장은 논과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정말 뷰 맛집 캠핑장이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마을의 모습은 정말 한 폭의 풍경화였다.
눈에 확 띄는 주인공은 없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나하나가 다 주인공 같은 풍경화.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구석구석 자세히 보는 재미가 있어서 캠핑하는 내내 즐거웠다.
정지된 그림 같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미니어처 같은 자동차와 버스, 트럭이 천천히 움직이고
깜빡깜빡 빨간색 점멸 신호등이 자신을 알린다.
아직 추수 전인 노란 논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풍경이지만
일부 추수가 된 논바닥 위엔 하얀색 마시멜로들이 귀엽게 널브러져 있다.
아주아주 저 멀리 바다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규모가 꽤나 큰 저수지가 자리 잡고 있다.
광활한 논 중간중간엔 크고 작은 산들이 섬처럼 앉아있다.
10~20분이면 걸어 올라갈 정도의 작고 낮은 산.
그 작은 산을 배경으로 근사한 별장 같은 집 한 채가 눈에 뜨인다.
저 집은 뭐지? 저 산 주인이겠지? 저런 곳에 집 짓고 살면 좋겠다 같은 노후 멘트가 줄줄이 흘러나온다.
논 주변에 남는 공간에는 조상님 묘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가끔씩 철새 떼가 줄지어 날아간다.
하늘 풍경이 반이라서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시골마을은 다른 느낌과 분위기를 선사한다.
아주 조금씩 어쩌다 움직이고 바뀌는 이 작은 풍경들이 너무나 정겹고 평화롭다.
저녁노을이 기가 막힌 인스타 사진 한 장을 보고 와서 그랬는지
그날따라 잔뜩 찌푸린 하늘이 좀 원망스러웠지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쓰는 낭만을 떠올리며
흐린 날의 풍경을 잘 즐기고 왔다.
캠핑을 하며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자연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주어진 환경을 잘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예보에 없던 비가 와도, 강풍이 불어도 그 순간은 그 순간 대로 충분한 매력이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풀꽃처럼
날씨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아니 생각하자!